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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석영 감독의 1937년 작품 <심청>은 러시아의 고스필모폰드에서 발굴되었는데, 아쉽게도 14분 정도의 분량만 남아있다. 이미 완전한 작품형태로 남아 있는 1934년 작품<청춘의 십자로> 1936년 작품 <미몽>을 통해 당시 식민조선의 영화의 느낌과 성취를 알 수 있었는데, 비록 14분 분량이긴 하지만 <심청>을 통해서도 당시의 영화문법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특히 <심청>은 익히 알려진 고전을 소재로 사용하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더 동화될 수 있었고, 인당수로 떠나기 전날의 심청의 심리묘사를 다룬 시퀀스는 꽤 와닿는 편이기도 했다. 그래도 전체 영화를 통한 당시의 평은 각색이 없다는 등 썩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영화는 릴이 시간순서대로 전해진 것 같진 않았다. 설명책자에도 그렇게 쓰고 있는데, 어쨌든 이 순서가 수집된 당시 그대로의 순서라고 하니 옛날 옛적 언젠가 릴이 섞이고 이어 붙여진 모양이다.


  심청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산소를 다녀오다 귀덕어미를 만난다.

 

14분 분량이긴 하지만 첫 시퀀스에서 어머니의 산소에 다녀오며 귀덕어멈을 만나는 장면까지의 배경이나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 그냥 평범한 마을 입구이긴 하지만 느껴지는 정감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가기 전날 밤

 

또한 그 전야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시퀀스에서 슬피 우는 심청을 보다 보면 심청의 고뇌와 슬픔에 싑게 동화된다. 이미 그녀의 비극적인 모습을 우리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 당시의 관객들은 옷고름을 적시지 않았을까? 이 장면에 흐르는 심청가의 한 대목은 장면의 비극성을 더 강조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판소리 한자락이 참 좋았다. 


      심청은 혼자 계실 아버지 생각에 눈물 짓는다. 


14분 분량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효에 대한 언급과 강조다. 무한애정으로 심봉사와 심청을 도와주는 귀덕어미는 심청의 효성에 감복하여 그 부녀를 도와주고 있는데, 그 외에도 대사를 통해서도 효의 대한 강조는 계속된다. <심청전>은 효에 대한 이야기니까


    심청은 아버지 심봉사를 정성껏 봉양한다.

 

아쉬운 점은 안석영 감독이 군국주의 영화 <지원병>을 만들며 본격적으로 친일의 전선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그래도  1937년 작품 <심청>만 떼어놓고 본다면 이 영화의 이미지가 던져주는 어떤 정서는 충분히 와 닿았다. 그리고 심청을 연기한 김소영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녀는 이영일 감독의 1941년 작품 <반도의 봄>에서도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있다. 궁금한게 있다면 물에 빠진 후 수중씬이나 궁궐씬을 어떻게 연출했을까 인데 나머지도 빨리 발굴이 되면 좋으련만 


   효심이 지극한 심청을 연기한 배우 김소영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해달라 천지신명께 지극정성으로 빌고 있는 심청


개봉 : 1937년 11월 19일

감독 : 안석영 

출연 : 김소영, 석금성, 김신재, 조석원, 신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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