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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팔이 박노식의 매력이 빛을 발하다.
팔도사나이의 형님 호가 동생들을 돌보다 죽는다. 장례식 날 찾아온 용팔이를 보고 어린 아들 철용은 화를 내며 부조한 돈을 던진다. 왜? 과거로 돌아가 보자. 호는 동생들에게 주먹을 쓰지 말고 살 것을 주문했고, 그들은 그 뜻을 받들어 열심히 살고 있지만 지독하게 가난하다. 이 즈음 건달 왕거성이 용팔이 아내 옥희의 미모를 탐내 그녀를 겁탈 한다. 할 수 없이 옥희는 용팔이의 곁을 떠난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용팔이는 눈이 뒤집힌다. 그리고 돈 때문에 모든 사단이 났다면서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된다. 그는 팔도사나이들과의 우정도 저버린다.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철용이 용팔이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마포 백사장에서 용팔이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팔도 사나이는 다시 뭉치게 된다.
김효천 감독의 <팔도사나이>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시리즈는 계속되는데, <돌아온 팔도사나이>는 세 번째 이야기다. 많은 변화가 있다. 우선 김효천 감독 대신 1편에서 각본을 담당했던 편거영 감독이 연출을 했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1편에서 장동휘가 연기한 호는 이름으로만 호명될 뿐, 출연하지 않고 있다. 대신 그 빈자리는 박노식이 연기한 광주 용팔이의 몫이다. 이제 팔도사나이는 호 대신 용팔이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대신 60년대 후반으로 건너 뛴 시대배경은 당대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막 경제성장시기와 맞물리며 빈부격차가 확대되던 시절의 이야기를 돈이라는 기호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팔도사나이>는 목숨과 같은 사나이들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큰 줄기다. 그런데 <돌아온 팔도사나이>에서는 그 견고해 보이는 우정에 균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돈이라고 말하면서, 돈이라는 기호를 비판적으로 인용한다.
기어코 시리즈를 접수한(?) 광주 용팔이 박노식의 연기가 이 영화를 구제한 일등공신이다. 연기가 정말 좋다. 이 영화로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이에 전혀 불만이 없다. 게다가 초반부 코미디 감각이 돋보이는 편거영 감독의 연출도 마음에 들었다. 용팔이가 군고구마 장수를 시작하면서 영화의 중심이 흐트러지면서 아쉽기도 하고, 갑작스런 결말이 영화를 용두사미로 만들긴 했어도, 편거영 감독의 팔도사나이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많이 느껴진다. 나는 김효천 감독의 <팔도사나이>보다 편거영 감독의 <돌아온 팔도사나이>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개봉 : 1969년 12월 13일 파라마운트 극장
감독 : 편거영
출연 : 박노식, 사미자, 최인숙, 황백, 최봉, 최창호, 한국남, 배수천, 이승현, 김희라
안인숙, 최성, 성진아, 임해림, 김칠성, 박동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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