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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감독의 <양산도> 1955년에 개봉된 <죽엄의 상자>에 이어 개봉된 그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스타일적으로는 이후 펼쳐질 '김기영스러움' 혹은 '김기영스럽다'를 연상하게 하는 김기영 특유의 양식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회비판적 스토리도 아주 좋다. 양반이라는 지배계급의 횡포와 이에 고통받는 민초들의 삶을 잘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 수동과 옥랑의 비극적 사랑은 어쨌거나 양반 아들의 방해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초들은 강하다


마지막 장면이 유실된 영화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시나리오와 생전 김기영 감독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유실된 장면은 수동의 어머니가 옥랑을 죽인 후, 마을 사람들이 합심하여 진사를 죽이는 결말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김기영 감독은 <양산도>를 통해 지배계급의 횡포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이는 당시 이승만 정권의 무능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영화 <양산도>는 기술적으로도 눈에 띄는 구석이 많다. 우선 영화 초반부의 음악을 비롯한 사운드 편집과 활용이 상당히 좋고 세련되어 보인다. 이는 당시의 한국영화와 비교했을 때 김기영 감독이 대사를 통한 스토리 전달 외에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해박함과 상당한 예술성을 가지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연기 스타일적인 면에서는 그가 연극을 오래 해서인지 배우들의 움직임이 상당히 연극적으로 느껴졌다. 약간은 인위적인 연기구성이 좀 많다고 해야 할까. 특히 수동과 옥랑은 거의 무성영화적이라 할 정도로 연기가 과장되어 있는 부분이 있더라. 김기영 감독이 메시지 전달을 위한 어떤 노림수를 가지고 이렇게 연출했을 터인데, 그것이 무엇일까? 그의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가 다소 과장되어 있는 것을 감안해도 <양산도>의 젊은 두 주연 배우는 어떤 장면에서는 마치 춤을 추듯, 탈춤을 추는 듯한 몸의 추임새(?)와 액션이 마치 무용을 보든 듯 실험이 돋보였고, 영화에도 잘 어울려 보였다. 그 외 수동의 어머니로 열연한 고선애의 열연이 돋보인다. <양산도>는 당시 인텔리라 할 만했던 김기영 감독의 사회비판적 메시지가 돋보이고, 영화의 실험이 돋보였던 꽤 만족스런 영화다.


개봉 : 1955년 10월 13일 국도극장

감독 : 김기영 감독

출연 : 조용수, 김삼화, 김승호, 고선애, 박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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