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섭 감독의 에는 가수 방미가 자신의 히트곡으로 만든 영화에 직접 출연하고 있다. 방미는MBC의 코미디언 출신이지만, 가수로서 더욱 많은 활약을 했다. , 같은 대형 히트곡도 가지고 있다. 는 80년 전후에 발표되었던 전형적인 코미디 소품이라 할 만했는데, 다른 점이라면 코미디언보다는 마영달, 김성찬, 박원숙 같은 정극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다는 점. 밤거리의 여자였던 과거를 가지고 있는 방미는 힘겹게 과거를 청산하고 지금은 행복요법센터라는 여성건강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세명의 노총각 마영달, 김윤형, 김성찬이 살고 있는 하숙집에서 살게 되고, 노총각 3총사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는다. 방미는 행복요법센터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고아원을 후원하며 건전하게 살려고 하지만 옛 남자가 찾아와 과거를 폭로하겠..
먼저 애정공백부터 하겠다. 임상수 감독은 을 본 이후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다. 그의 영화는 데뷔작 부터 까지 다 좋아한다. 그리고 물론 최근작 역시 아주 좋았다. 을 보다보면 ‘모욕’이라는 대사가 아주 인상적으로 들려온다. 그렇다. 우리들은 모욕을 당하고 살고 있지만, 그것이 모욕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그걸을 감내하고 산다는 것이다. 더불어 뛰는놈 위에 나는놈 있다는 말이 퍼뜩 떠오른다. 날고 기는 백금옥 여사와 그녀의 가족들은 아무리 우아한 척, 고매한 척하며 모욕을 주는 존재인 줄 알지만 알고보면 그들은 또한 미국인 로버트에게 모욕을 당하고 있다.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감내하거나 하면서. 아마 로버트 위엔 더한놈이 있을지도. 은 어쩌면 이토록 천박한 대한민국의 자본주의라는 것이 어디..
송일곤 감독의 은 멜로드라마를 볼 때 마다 기대하곤 했던 감정의 동요를 오랜만에 느끼게 해 준 영화다. 사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송일곤 감독하면 의례 무거운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나에게 각인되어 있던 까닭에, 이 영화도 멜로드라마를 경유한 묵직한 소재가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정말 멜로드라마였다. 그것도 흔하다면 흔한 소재와 구성으로 중무장한 영화. 자칫 발을 삐끗했다가는 나쁜 의미에서의 전형적이고 촌스럽고 신파라는 소리를 딱 들어먹게 생긴 그런 꼬라지로 말이다. 그런데 꼬라지가 아니었다. 전형적이라 할 수는 있지만 그걸 품어내는 방식이 남다르다. 미세한 차이. 그것이 영화의 수준을 결정짓는 요소라면, 송일곤 감독은 분명 멜로드라마 장르에서 미세한 차이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고 명품멜로드라마를 만들..
이 재미가 있네 없네 하며 이런저런 소리를 많이 듣긴 했지만 나는 올해 극장에서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중의 한편이다. 많이 웃을 수 있는 장면이 있었고, 스피드감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었고 카체이스씬도도심을 가로지르며 날라다니는 오토바이 액션도 띵호와~~~ 호들갑 왕창 떨며 연기하는 인물들도 좋아하는 편이라서 이민기와 강예원의 엎치락 뒤치락 연기를 비롯 조연인 김인권, 고창석 등 작정하고 오버하는 연기도 즐거웠다. 살짝 아쉽다면 윤제문이나 김태우처럼 목에 힘 좀 주는 역할이 너무 뻔해서 리듬을 방해한다는 정도인데... 이 스토리보다는 움직임과 액션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하면 내가 보기엔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니까 이 영화는 질주하는 논스톱 액션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
고교 하이틴영화가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1977년. 같은 성인영화로 유명한 정인엽 감독이 이 흐름에 동참했다. 바로 라는 영화다. 당시 하이틴 영화라고 하면 이승현과 김정훈을 주인공으로 한 남고교생의 학교 교실과 집안을 중심으로 좌충우돌 활약상을 코믹스럽게 묘사하는게 주된 내용이었지만, 는 소재를 야구에서 가져온다. 이 영화는 1972년 제25회 황금사자기 대회 결승전에서 군산상고가 부산고를 상대로 9회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좀 더 현실감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서일일까? 캐스팅에서도 얄개영화의 대표 얼굴이라할 이승현과 김정훈 대신 진유영과 이동진 그리고 얄개들의 영원한 워너비 강주희를 얼굴 마담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실제 주인공은 불굴의 투수 세훈을 ..
이은수 감독의 는 박력있는 자동차 추격전으로 힘있게 시작한다. 미국영화와 비교한다면이야 단조롭긴 하지만, 당시의 한국영화에서는 드문 편이었던 자동차 추격씬은 그 자체만으로 화면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더군다나 볼거리에의 취중은 주인공 마리역의 루비나의 세련된 외모도 한 몫하고 있거니와, 홍콩을 배경으로 활용하며, 나이트클럽의 섹스 쇼를 끼워넣는등 이국적인 화려한 볼거리를 강조하면서 철저한 오락영화가 되려고 한 듯 보인다. 그런 점에서 는 어쩌면 70년대 유행했던 블랙스플로테이션 영화를 재빠르게 한국적으로 변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지만 영화의 완성도가 너무 낮은 관계로 한국영화계에 어떠한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했고, 장르로 정착시키는데도 실패하고 만다. 비슷한 영화로 신상옥 감독의 를 들..
윤정희의 얼굴은 원조 트로이카를 형성했던 문희와 남정임에 비해 차가운 성숙미가 돋보인다. 그래서 그런가 청순가련형의 인물은 문희에게 뒤지는 듯 하고, 도시 여성의 이미지도 남정임이 좀 더 어울리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지적인 인물을 연기할 때는 윤정희가 더 어울리는 편이다. 그런데 의외로 코미디에서도 꽤 자연스럽다. 이것은 문희나 남정임이 가지고 있지 못하는 장점이라고 봐야할 듯 하다. 문희가 코미디 연기를 그다지 시도하지 않았고, 남정임이 구봉서나 기타 코미디언들과 연기하긴 했지만 캐릭터 구축에 성공하지 못한 것에 비하면, 윤정희는 코미디 영화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김영걸 감독의 1971년 개봉작 도 윤정희가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희극이다. 1970년대로 들어서도 여전히 ..
1966년에 로 세련된 청춘 멜로드라마의 장을 열었던 정진우 감독. 그가 1년 후 다시 한번 세련(?)으로 무장한 영화를 발표했는데, 바로 이다. 여기서 세련이라 함은 당시의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모습이라 할 고리타분한 대사를 읊조리는 느린 전개로 신파적인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그렇고 그런 영화들과는 일정 부분 차별화시켜보려는 나름대로의 연출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은 자연스럽게 쌈박한 대사를 읊조리는 빠른 전개로 신파에서 탈피한 영화가 되어야 마땅하겠지만, 스타일적으로야 세련되어 보인다고는 하나 와 같은 성취에는 도달하지 못한 영화구나 하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썩 재미를 느끼지도 못한 편이고 말이다. 아마 60년대의 한국사회는 지금보다 더, 더, 더, 서구사회에 대한 동경이 강했을 것이다.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