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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하이틴영화가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1977년. <애마부인>같은 성인영화로 유명한 정인엽 감독이 이 흐름에 동참했다. 바로 <고교결전 자! 지금부터야>라는 영화다. 당시 하이틴 영화라고 하면 이승현과 김정훈을 주인공으로 한 남고교생의 학교 교실과 집안을 중심으로 좌충우돌 활약상을 코믹스럽게 묘사하는게 주된 내용이었지만, <고교 결전 자! 지금부터야>는 소재를 야구에서 가져온다. 이 영화는 1972년 제25회 황금사자기 대회 결승전에서 군산상고가 부산고를 상대로 9회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좀 더 현실감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서일일까? 캐스팅에서도 얄개영화의 대표 얼굴이라할 이승현과 김정훈 대신 진유영과 이동진 그리고 얄개들의 영원한 워너비 강주희를 얼굴 마담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실제 주인공은 불굴의 투수 세훈을 연기한 신인배우 한세훈과 야구부 감독인 하명중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소도시에 위치한 월명상고는 창단 3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8강의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야구부는 해체 위기에 처하지만 과거 유명한 투수 출신이었던 감독(하명중)이 부임하면서 월명상고 야구부는 여러 가지 고난을 극복하고 야구대회 결승전에서 감격의 우승을 차지한다는 이야기.

 

<고교결전 자! 지금부터야>도 당시의 하이틴영화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는 영화는 아니다. 남고생들의 이야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범, 국가가 요구하는 남자다움, 의리 등등을 중요시하며 주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보는 동안 마음이 가벼웠다. 그것이 스포츠 영화가 줄 수 있는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헤쳐나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는 데서 오는 작은 경외감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데, 어쩌면 그것은 이 영화가 기존의 하이틴물이 보여주던 어떤 강박적 강요가 덜하다는 것에서 찾을수 있지 않을까?  모범에 대한 강요, 국가관에 대한 강요등이 의외로 적거나 내러티브에 자연스럽게 숨어 들어있는 편이다. 또 다르게 본다면 이 영화가 그것보다는 협동과 의지라는 측면을 더 강조하고 있기 때문 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70년대 중후반 우후죽순격으로 쏟아졌던 하이틴 영화중에서도 <고교결전 자! 지금부터야>는 잘 만든 영화중의 한편이 될 만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음악이 왠지 록키의 리듬을 살짝 변형해 표절한 듯한 느낌이 들어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또한 하명중의 연기가 좋았다. 그는 이 영화로 아시아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이 영화의 몇몇 장면은 강우석 감독이 <글러브>를 만들면서 참고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개봉 : 1977년 7월 16일 명보극장

감독 : 정인엽

출연 : 하명중, 진유영, 이동진, 한세훈, 강주희, 도금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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