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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희의 얼굴은 원조 트로이카를 형성했던 문희와 남정임에 비해 차가운 성숙미가 돋보인다. 그래서 그런가 청순가련형의 인물은 문희에게 뒤지는 듯 하고, 도시 여성의 이미지도 남정임이 좀 더 어울리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지적인 인물을 연기할 때는 윤정희가 더 어울리는 편이다. 그런데 의외로 코미디에서도 꽤 자연스럽다. 이것은 문희나 남정임이 가지고 있지 못하는 장점이라고 봐야할 듯 하다. 문희가 코미디 연기를 그다지 시도하지 않았고, 남정임이 구봉서나 기타 코미디언들과 연기하긴 했지만 캐릭터 구축에 성공하지 못한 것에 비하면, 윤정희는 코미디 영화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김영걸 감독의 1971년 개봉작 <괴짜 신부>도 윤정희가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희극이다. 1970년대로 들어서도 여전히 전통과 현대의 대립은 갈등을 만들어내는 주요한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결혼식 시퀀스의 재미있는 해프닝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윤정희의 고부갈등이 소재의 주축이다. 그다지 고된 시집살이를 요구하진 않지만 전통적인 며느리와 아내 역할을 거부하려는 윤정희는 모든 갈등의 원인이 된다. 결국 집을 나간 어머니가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을 이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며 끝나는 영화. 물론 젊은이들도 전통을 버릴 것으로만 생각하면 안된다는 교훈도 함께. 이해 속에서 가족의 사랑은 깊어간다는 메시지가 있는 영화.
영화는 유쾌하다. 해프닝을 이어 붙이며 스토리가 진행되는 구조이지만 사실 중요한 해프닝들이 지나치게 안일하게 진행되긴 한다. 그래도 첫 시퀀스는 오프닝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괴짜 신부>만으로는 김영걸 감독의 이름을 뇌리에 새기긴 힘들 것 같다.
개봉 : 1971년 7월 24일 뉴서울,동일,서울,코리아,한일극장
감독 : 김영걸
출연 : 윤정희, 김경수, 김희갑, 황정순, 김경란, 태일,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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