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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에 이름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박태원 감독의 영화 중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한 편 있다. 1977년에 개봉된 <소문난 고교생>이라는 영화다. 어릴 때 TV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아주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남아 있는 영화다. 얼마전에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예전의 재미는 느끼기는 힘들었지만, 확실히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는 영화라는 생각은 들었다.

 

<마음은 푸른 하늘> 1973년에 개봉된 <소문난 고교생>을 만든 박태원 감독의 데뷔작이다. 유신시절에 많이 만들어졌던 계몽영화다. 자신의 사재를 털어 희망자율원이라는 일종의 청소년 선도기관을 운영하는 전직 검사의 이야기로, 고난을 극복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밴드를 만들어 음악을 하고자 하는 4명의 우범소년들이다. 하명중, 김도향, 유장현 등이 음악을 하고자 하는 우범소년들로 출연하는데, 사실 너무 나이가 많아 보이는 배우를 캐스팅하여 소년이라기보다는 우범청년처럼 보여 조금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지도하는 선생으로 가수 김상희가 출연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가수 송창식이 밴들의 일원이 아닌 돼지를 치며 양돈을 배우는 재활원생으로 출연하고 있는데, 영화의 후반부에 밴드가 전국신인악단대회에 출전할 때는 밴드의 특별부원이 되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다. 밴드부원보다 더 음악에 재능있는 양돈청년이었던 셈이다.

 

재활원은 희망없이 살아가는 불우 소년들에게 기술을 가르쳐 새 나라의 직업일꾼으로 키우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대체로 성실하게 공부하고 있지만, 영화의 주인공들은 유독 반항을 하면서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김순경과 검사의 사랑으로 그들은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최선의 노력을 통해 신인악단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영화의 만듦새는 좀 부실하다. 스토리라인도 너무 진부해서 약간의 인내를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라서, 역시 주제곡 몇 곡은 들을 만 했다. 영화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주제가, 대회에서 송창식이 부른 <내 나라 내 겨레>도 좋았다. 더불어 가수 김상희, 김도향, 송창식의 젊은날의 모습을 보는 것도 지루한 스토리를 이겨내게 해 주는 양념이다. 이후 70년대의 주연배우로 성장하게 될 하명중과 유장현의 신인 시절도 볼거리라면 볼거리였다


개봉 : 1973년 11월 30일 국제극장

감독 : 박태원

출연 : 하명중, 김상희, 최정훈, 송창식, 김도향, 박암, 한문정, 남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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