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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장호 감독의 1971년 작품 <빗속에 떠날 사람>은 눈물이 눈물을 불러오고, 사소한 엇갈림의 비극이 비극을 쌓아가는 전형적인 신파영화의 구성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낡았다는 느낌이 그다지 많이 들지 않는 영화다. 아마도 사건의 대부분이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면서 운명적인 삼각관계에 얽혀든 동식(신영균), 민규(최무룡), 상희(윤정희)의 심리변화를 중심으로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또한 세사람의 과거를 구구절절하게 늘어놓는 대신 회상을 통해 빠르게 전후의 사정만 설명한 후, 과연 현재에서 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에 더 집중하면서 스토리의 늘어짐을 경계하고 있는 것도 또하나의 이유가 될 것 같다.

 

민규와 상희는 아들 욱(김정훈)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어느날 민규는 죽을 줄만 알았던 둘도 없는 친구 동식의 전화를 받는다. 사실 민규의 아들 욱은 동식의 아들이었던 것. 반갑게 집으로 데려온 민규는 자신의 아내가 예전 동식의 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생각지도 못했던 운명의 장난에 세 사람은 힘들어 한다. 동식, 민규, 상희는 서로 자신이 떠나야 할 사람이라며 눈물짓는다. 동식은 아들 욱만을 데리고 떠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결국 욱마저 그들에게 돌려보내고 홀로 떠난다.

 

전형적이라 할 만큼 한국적인 삼각관계스토리다. 하지만 변장호 감독은 비극의 원인을 탓하며 과거를 물고 늘어지지 않는 것과, 연극적 스타일로 극을 연출하면서 어느 정도 전형성에서 탈피한다. 물론 동시과 민규 사이에 상희가 들어서는 과정이 약간은 작위적인 우연성에 기대고 있긴 하다. 또한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들이 반복적인 대사를 구사하고 있어 살짝 지루한 부분도 있다. 제목에 맞추느라 그런건지 하늘은 맑아도 비는 자꾸 내리는데, 그런 부분의 섬세한 연출의 부족도 아쉬운 점이다.

 

단역을 제외하고 단 4명의 인물이 한정된 공간에서 90분 동안 영화를 끌고 가기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주 중요한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신영균과 최무룡의 연기대결이 볼 만하고, 특히 신영균을 빗속을 헤멜 때 들려오는 최무룡이 직접 부른 주제가가 참 좋았다. 당대의 기준으로 봤을 때 여타 신파드라마와 차별을 두려는 감독의 고민이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했다.

 

개봉 : 1971년 11월 27일 국도극장

감독 : 변장호

출연 : 윤정희, 신영균, 최무룡,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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