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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스트랄함을 어찌할 것인가... <인간 사표를 써라>는 대배우 박노식의 감독 데뷔작이다. 그의 작품 중 처음으로 본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에서 느꼈던 기이함을 2011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있었던 발굴전을 통해 <폭력은 없다>, <>,<방범대원 용팔이>를 보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이함과 황당함의 전설 박노식 감독의 첫 작품을 보면서 그 기이한 상상력의 태동을 봤다는 것에 대해 감동하고 첫 작품이나 70년대의 마지막 작품(공식적으로 83년작 돌아온 용팔이가 마지막 감독 작품이다.)까지 변함없는 그 스타일에 감탄하게 되었다. 그런들 저런들... ~~~ 이 황당함은 어쩔것이여...

 

한 아이가 움직이지 않는 소를 보며 빨리 가자며 울고 있다. 곧 첫 장면이 무슨 상관이냐는 듯 바로 자동차 안에서 불타는 남녀를 보여주다 남자를 죽이는 의문의 사나이에게로 옮겨가고... 과연 그는 누구인가? 바로 복수에 불타는 박노식. 복수의 원인이 된 과거로 플래시 백되면 일제시대 말기 중국의 노역장에서 허장강에게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죽은 학교 후배 김희라의 복수를 위해 12년동안 칼을 갈고 닦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박노식은 첫날밤도 치르지 못하고 떠난 김희라의 아내에게 찾아가지만 이미 눈이 먼 아내 김지미는 박노식을 김희라로 오인하고 또 눈물짓는다. 어떨결에 부부로 살게 된 박노식. 시골집에서 으리으리한 도시의 집으로 이사온 박노식과 김지미. 하지만 그녀는 어쨌거나 후배의 아내. 조심스러워 하는 박노식에게 김지미는 자신은 아지 처녀라며 좀 껴안아 달라고 살짜꿍 고백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랬거나 말거나 박노식은 허장강의 딸에게 접근해 그녀와 짝짜꿍만 한다. 박노식은 복수가 끝난 후 자신의 눈을 김지미에게 기증하겠다는 서약서를 쓴다. 마침내 복수의 칼날을 휘두를 그 날. 김지미는 꽃을 사기 위해 눈도 안보이면서 혼자 거리로 나선다. 하필이면 그때 허장강의 똘마니들이 그 거리를 지나가고. 당연하게 납치되는 김지미. 어느 이름 모를 작은 개울이 흐르는 숲 속. 김지미는 나무에 묶여 있고, 허장강과 나타난 박노식은 김지미를 구해내지만 갑자기 김지미는 무서워요하며 보이지도 않으면서 박노식을 뿌리치고 도망간다. 목숨을 걸고 허장강과 똘마니들을 죽이지만 자신도 배에 칼을 맞고 마는 박노식. 박노식은 서약서를 움켜 쥐고 김지미를 찾아 기어가고, 김지미는 박노식을 찾아 헤매 다닌다. ~~~ 안타까워라. 그들은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고 만다. 박노식은 피묻은 서약서를 꼭 움켜쥐고 죽는다. 김지미는 박노식을 찾아 여전히 헤메고 있다.

 

이 영화는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와 댓구를 이루는 장면이 있다. <악인...>에서 여주인공은 장님인 박노식에게 각막을 몽땅 기증한다. <인간 사표를 써라><에서 박노식은 김지미에게 각막을 기증하려고 한다. 박노식 감독은 혹시 눈의 교환이야말로 진정한 희생이자 사랑이며 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정말 뭐라 표현못할 매력이여. 이렇게 못 만든 영화가 이렇게 사랑스럽다니... 어쩔거야...


개봉 : 1971년 7월 22일 아세아극장

감독 : 박노식

출연 : 박노식, 김지미, 김희라, 황해, 박암, 김청자, 남미리, 장혁, 주선태, 독고성. 최성호

        김칠성, 황백, 이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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