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행운>은 제작자로 더 유명한 주동진 감독이 발표한 영화다. 당시 인기를 구가하던 우연정이 주인공 오현미 역할을 맡아 매력을 뽐낸다. 파워 있는 제작자답게 이 영화에는 당대의 인기스타들이 총 출동하고 있다. 우연정과 결혼하기 위해 달려드는 남자들로 이기동, 쓰리보이, 트위스트 김이 출연하고, 그 외 신일룡, 백일섭, 도금봉, 김진규 등 나름 호화캐스트를 자랑한다. 영화적으로도 뮤지컬적 요소를 도입하는 등 실험을 하고 있지만, 결국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신흥실업의 여사장이 죽자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 오현미가 귀국하여 새로운 사장이 된다. 하지만 그녀는 회사일에는 관심이 없다. 주위의 골 빈 남자들이 그녀의 주위에 몰려든다. 하지만 새로 채용된 월남전 참전 출신의 비서와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하려는 포부를 가진 말단 직원의 모습을 보며 변화를 겪던 그녀는 결정적으로 친구가 돌보고 있는 장애아들의 모습을 보고 크게 깨달음을 얻는다. 현미는 새로운 사회사업을 구상하고 건실한 청년과 만나 결혼을 약속한다.
이 영화는 도시 젊은이들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지만, 실은 위장된 새마을 영화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현미가 귀국하여 처음 한 일은 한국의 발전상에 대한 소감을 털어놓는 것이고, 그 다음엔 결혼을 둘러싼 건실한 청년들과 허파에 바람만 잔뜩 든 청년들의 대비된 모습이다. 잘 살아보세가 대세였던 그때, 월남전 참전용사와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겠다는 청년은 얼마나 모범적인 모습인가?
좀 아쉬운 점이라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별짓는 방식이다. 장애인은 그들의 인격보다는 방탕한 비장애인에게 자극을 주는 존재로만 그려진다는 것이다. ‘나도 하는데 멀쩡한 너는 왜 안하니’라는 시각으로만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시대가 가진 한계라고 해둔다면, 그나마 시대가 좀 변했구나 하고 생각한 부분도 있다. 1959년에 한형모 감독의 <여사장>이라는 영화에서 유능한 여사장 조미령이 말단 직원과 결혼하면서 그에게 사업을 몽땅 물려주고 집안에서 뜨개질을 하는 걸로 만족한다면, 15년 후에 나온 이 영화에서는 현미가 남편에게 회사를 함께 운영하자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게 새마을 시대에 남녀 구별없이 일해서 잘살아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이라 하더라도 좀 더 이해 가능한 결말이긴 한 것 같다.
개봉 : 1974년 2월 22일 국도극장
감독 : 주동진
출연 : 우연정, 신일룡, 도금봉, 김진규, 이기동, 트위스트김, 백일섭, 쓰리보이
'한국영화 > 1970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사표를 써라 - 배우 박노식의 대단한 감독 데뷔작 (0) | 2018.10.06 |
---|---|
빗속에 떠날 사람 -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삼각관계 (0) | 2018.10.03 |
얄개행진곡 - 석래명 감독의 만든 고교얄개의 공식 속편 (0) | 2018.10.03 |
아리송해 - 가수 이은하의 히트곡을 영화화한 코미디 (0) | 2018.10.03 |
고교결전 자! 지금부터야 - 52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 (0) | 2018.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