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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의 느긋함(?)을 견디지 못하는 편이지만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키리시미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는 꽤 재미있게 보았다.
이 영화가 마음에 든 이유는 재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누구나 우러러보는 팔방미인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을 그만두고 학교를 나오지 않음으로 해서 많은 아이들이 혼란에 빠지고, 사건이 벌어지지만, 그 속에서 팔방미인적 재능은 부족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끝까지 열심히 매진하는 인물들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키리시마라는 인물이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혼돈(?)을 통해 우리들이 그동안 얼마나 특출나다고 생각되어졌던 인물에게 휘둘리는 존재들이었던가를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것은 돌이켜보면 나 자신은 사라지고 없는 것이고, 키리시마의 친구라는 특별함(?)에 의존하는 극악의 몰개성의 존재들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키리시마와는 상관없이 사는 한 무리의 아이들 – 어딘가 모르게 아웃사이더의 냄새를 풍기는 – 이 자신의 동아리 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그들이야 말로 자신의 삶의 주인이라는 것을 되묻는 것이다. 그러니까 키리시마가 없어도 세상과 학교는 계속 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 속에서 누구누구의 친구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개성을 찾으라는 것이 이 영화의 목적이 아닐까 싶다.
영화 내내 키리시미라는 캐릭터가 한번도 나오지 않고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키리시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환상의 집합체일 뿐일수도 있다. 그동안 우리가 막연하게 교육받아 왔고 주변의 어른들로부터 들어왔던 멋진 모습을 대변하여 나타난 키리시마는 그야말로 ‘헛것’인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한번 키리시마의 시선에 포획되지 말고 자신의 본 모습을 꿋꿋이 지키며 꿈을 키워가라는 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말하는 교훈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것들이리라. 음악부 여학생이 키리시마 만큼 인기있는 히로키에 대한 일방적 구애보다 음악을 완벽하게 연주한 후 얻는 만족감이 크다는 것을 깨닫고, 재능은 없지만 열심히 야구를 하는 3학년 선배의 모습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반면 키리시마의 애인 리사가 얼굴은 예쁘지만 뭔가 비어있는 듯한 모습으로 느껴진다면 자신의 본모습에서 우러나오는 매력보다는 키리시마의 애인이라는 위치를 통해 인정받고자 하는 허세를 잘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키리시마가 사라지자 학교의 킹카 리사의 매력도 반감되고 영화의 끝무렵에는 전혀 매력없는 인물처럼 느끼게 되고, 반면 인기없는, 루저라고 할 만한, 학교의 아웃사이더라 할 만한 마에다를 비롯한 그 주위의 인물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점점 멋진 인물로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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