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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 텔레비전이 우리 집 안방으로 들어온 건 다른 집보다 몇 년은 늦었던 터라 처음 만난 슈퍼맨은 나에겐 파란색 쫄쫄이에 빨간색 팬티가 아니라 회색이었다. 하지만 색깔이 문제랴. 그 대단한 능력에 홀딱 빠져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슈퍼맨 2와 3을 몇 년에 걸쳐 연달아 텔레비전에서 보았다. 재미는 갈수록 줄어들면서 유치해지기 까지 했다. 그러다 드디어 저울질 하던 옆 극장의 <사랑과 영혼>을 포기하면서 극장의 큰 화면으로 보게 된 대망의 <슈퍼맨4>는 그 동안 슈퍼맨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좋은 기억마저 모두 앗아가며 “내가 미쳤지. 사랑과 영혼 대신 이걸 선택하다니”하며 내 발등을 도끼로 찍어 대는 사태를 빚고야 말았던 것이다.
급기야 그렇게 멋지던 크리스토퍼 리브는 느끼해서 봐 줄수 없고, 그렇게 예쁘던 마곳 키더는 웬 뼈만 남은 거식증환자로 보일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파란색 쫄쫄이와 빨간색 팬티를 기억속에서 싹 지워버리고 나름 영화 인생을 즐기며 나이만 먹어가던 중 또 다시 귀환한 <슈퍼맨 리턴즈>. 볼 마음이 전혀 없었지만 어쩌다 어쩌다 보니 보게 된 <슈퍼맨 리턴즈>. 그런데 의외로 딱 보고 나서는 “괜찮네”싶은 마음이 들어버렸었다. 슈퍼맨 역을 맡은 브랜든 라우스는 정말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슈퍼맨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나마 로이스 역의 케이트 보스워스가 눈에 들어오는 정도였는데, 역시 브라이언 싱어라는 감독의 내공이 만만치 않구나 생각했던 것 같다. 어쨌거나 지금은 ‘도대체 내가 뭘 그렇게 좋게 본거지’할 정도로 싹 잊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런 슈퍼맨을 또 보고야 말았으니 바로 <맨 오브 스틸>이다. 확실히 전투장면은 박진감 넘치고 사운드도 좋았다. 빨간 팬티가 사라지면 좀 어색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패셔너블해 보여서 ‘오’ 그러기는 했다. 전체적으로는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1편과 2편의 스토리를 엮어 놓았더라. 그러면서 전사를 강화해 크립톤 행성에서의 에피소드가 좀 더 보강되었고, 칼 엘 혹은 켄트 클락으로 불리게 될 슈퍼맨의 정체성을 - 사실 별 거 없기는 했지만 - 파고 들면서 이전 작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라면 여자 주인공인 로이스 레인의 활용에 있지 않나 싶다. 그녀는 더 이상 슈퍼맨의 팔에 안겨 낭만적인 한밤중의 비행에 만족하는 인형이 아니다. 안경 하나로 슈퍼맨을 알아보지 못하는 둔한 여자도 아니다. 그녀는 이제 슈퍼맨의 공모자이자 동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대의 변화를 가장 축약하고 있는 캐릭터가 바로 로이스 레인이라고 할 수 있다. 슈퍼맨 역시 지나친 영웅주의에 사로잡혀 있지 않아 덜 부담스럽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주 어느 곳에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과 똑같은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생명체가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더라. 우주인이 있을 가능성은 있지만 인간과 똑같으리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영화 속 크립톤 행성은 그냥 지구다. 늙어버려 폭발해버렸을 뿐이다. 지구도 언젠가는 폭발해 먼지로 돌아간다 하지 않는가? <맨 오브 스틸>이 내게 준 것은 재미에 더해 바로 그런 상상이었다. 우주 어딘가엔 인간과 똑같이 생긴 에일리언이 살고 있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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