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겁이 없지 마약과 전쟁중이라는 멕시코. 결국 패배했다는 소식을 접했던 것 같은데, 이 영화를 접하고 보니 멕시코가 정말 미친 곳이구나 싶고. 암담한 현실을 호러라는 장르에 녹여낸데다 아이들이 주인공이라 그런지 더 암울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이 삶을 버티기 위해 견뎌야 한다는 것. 무지막지한 멕시코 갱은 아이들에게도 인정사정 없는데. 이런 사실적인 연출이 멕시코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는 있는데 현실에서 조차 달라질 건 없으니 판타지로 간 걸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소재의 영화 에서 느꼈지던 끔찍한 지옥도가 다시 생각나기도. 아이들이 주인공이라 알게 모르게 천진난만함도 느껴지곤 하는데 그런 이율배반이 비극을 더 현실적으로 보이게 한다. 그 원한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
토이스토리 4 토이 스토리를 제대로 감상한 건 4편이 시리즈 중 처음인데 꽤 재미있게 보았다. 장난감들이 펼치는 우정과 사랑 그리고 희생의 이야기도 좋고, 거기에 더해 인형을 경유한 사람들 사이의 관계의 문제까지 짚어내면서 재미는 물론 감동도 있더라. 우디가 보니와 헤어지고 그걸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 여기는데, 나중에 우디가 스스로 보니를 선택하는 것을 보노라면 아이가 자라듯 장난감도 자란다라는 말이 실감나면서, 성장이란 이런 거구나 하고 설득 당한다. 이전 3편의 시리즈의 내용을 모르니 그 연결성은 알 수 없지만, 그렇다 해도 문제될 게 없는게 4편 한편만 놓고 보더라도 이야기의 완결성이 있어서 전혀 어색하지 않다. 개비 개비를 통해 누군가 나를 선택해주길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 갇힌 공간..
애틀란틱스 Atlantique 사건은 체불된 임금 3개월치에서 비롯된다. 세네갈의 남성 청년들은 자신의 노동과 꿈을 담보해주지 못하는 국가에 대한 절망과 패배감으로 잘 사는 나라인 유럽의 일원 스페인으로 밀입국하기로 의기투합한다. 남아있는 여자 청년들이라고 만만한 게 아니다. 이슬람의 전통이 강한 나라에서 집안의 강요된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쨌거나 청년이라는 이름의 그들은 돈도 사랑도 얻기 힘든 현실이다. 첫 장면부터 인상적이다. 세네갈의 낡은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높이의 건물이 완공되어가는 중이다. 그것은 마치 완성되지 못한 먼 옛날의 바벨탑같은 모양새. 이로써 감독은 탐욕의 자본주의가 어떻게 정치(경찰)와 결탁하고 사람들의 피와 땀을 착취하는 지 보여준다. 하지만 이 나라는 아직 탈..
의적 일지매 부정부패와 탐관오리의 학정이 극에 달한 조선 말엽. 김만근과 그 일파는 끊임없이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 그 즈음 마을에는 양민을 돕는 일지매라는 사람이 출몰하여 부자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있어 의적이라 불리고 있다. 덕진이 바로 그 일지매다. 그는 김만근 일당을 쳐부술 생각에 가득하다. 그의 여동생 연화는 기생으로 위장하고 있다. 인걸은 박흥수라는 가명으로 그들과 만난다. 그 역시 김만근 일당을 쳐부수려 하는데, 그는 김만근의 애첩 도금봉에게 청을 넣어 금부도사가 된다. 박흥수는 덕진이 일지매라는 것을 알지만 그런 그를 그냥 내버려둔다. 알고 보니 흥수 역시 일지매 가면을 쓰고 덕진을 돕고 있다. 연화는 예전 어린 시절 인걸과 이미 정혼했던 사이였다. 인걸 역시 숙향 아..
격퇴 (우리는 이렇게 싸웠다) 는 로 주목을 받은 이강천 감독이 1956년에 다시 내놓은 전쟁 영화다. 이 북한군을 인간적으로 묘사하여 반공정신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에서는 용감히 싸우는 군인들의 희생과 전우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베티고지를 사수하기 위해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김만술 상사와 그 부대원들의 실화를 영화화했다고 한다. 6.25전쟁. 물자도 포탄도.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애국심과 전우애로 베티고지를 지켜낸 이야기다. 영화적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쟁영화의 스텍터클을 강조하고 있다. 선과 악이 분명한 상황에서 아군과 적군의 동선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전쟁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사이사이 전우애를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눈에 띤다. 전쟁에서 무조건..
타인의 방김문옥 감독의 은 1980년 1월 1일 신정특선영화로 개봉되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 꽤 기대작이었던가 보다. 하지만 이런 기대작의 영화적 완성도는 솔직히 처참할 지경이다. 김문옥 감독은 죄송하지만. 내 기준에서. 몇 작품을 본 결과로. 한국에서 가장 영화를 못 만드는 감독중의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만하다고 생각한다. 데뷔작인 부터 김문옥 감독은 영화의 기본이 제대로 안되어 있었구나 싶었다.(일개 영화팬의 의견일뿐이다.) 물론 당시 불황의 늪에 빠져있던 상황이나 한국영화계의 한계가 있었다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시나리오를 부실하게 만들지는 않을 터. 그러므로 김문옥 감독은 총체적으로 재능이 없는 감독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 최인호의 원작이 이렇게 허접할리는 없으니 결국 이것도 감독탓이리라...
릴팅 Lilting 중국계인 카이는 게이인데, 엄마에게 커밍아웃하기를 망설이고 있다. 그 와중에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다. 그의 연인이었던 리차드는 요양원에 홀로 남은 카이의 엄마를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이 영화는 일종의 상실에 관한 영화인 것 같다. 아들을 잃은 엄마와 연인을 잃은 남자. 엄마는 지극히 동양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으로 영국에 이민 온 지 29년이 되도록 영어를 못한다. 그러니 아들은 동양적 사고방식으로 사는 어머니가 자신을 미워하게 될 것이 두려워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그런 연인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카이 대신 카이의 어머니를 보살피려는 리차드. 그들 사이에서 친절하게 통역을 해주는 중국계 영국인까지. 이 영화는 악역이 없다. 홍 카우 감독의 은 개개인에겐 각자..
쿠치의 여름 몇 년 전까지는 기계화된 도시의 아이가 등장했다면,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디지털화된 도시의 아이가 등장하여, 디지털이 그다지 쓸모가 크지 않은 시골에서의 경험을 통해 사람 사이의 관계와 정을 배운다는 이야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장초치 감독의 은 도시와 대비되는 시골생활을 풍부한 서정성으로 풀어낸 영화다. 도시의 아이 샤오바오는 디지털세상에서 소통의 부재와 관계의 단절을 겪는 것처럼 보인다. 감정조차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그가 방학동안 시골로 내려와 할아버지와 친구 뭥치안, 이웃들과 어울리면서 웃음을 찾고, 친구의 죽음과 할아버지의 수술을 보며 영원히 곁에 머물 수만은 없는 것들에 대해 알아가고 극복하면서 조금씩 내면이 성장한다. 익숙한 패턴의 스토리지만 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