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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란틱스 Atlantique


사건은 체불된 임금 3개월치에서 비롯된다. 세네갈의 남성 청년들은 자신의 노동과 꿈을 담보해주지 못하는 국가에 대한 절망과 패배감으로 잘 사는 나라인 유럽의 일원 스페인으로 밀입국하기로 의기투합한다. 남아있는 여자 청년들이라고 만만한 게 아니다. 이슬람의 전통이 강한 나라에서 집안의 강요된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쨌거나 청년이라는 이름의 그들은 돈도 사랑도 얻기 힘든 현실이다.




첫 장면부터 인상적이다. 세네갈의 낡은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높이의 건물이 완공되어가는 중이다. 그것은 마치 완성되지 못한 먼 옛날의 바벨탑같은 모양새. 이로써 감독은 탐욕의 자본주의가 어떻게 정치(경찰)와 결탁하고 사람들의 피와 땀을 착취하는 지 보여준다. 하지만 이 나라는 아직 탈출구가 없어 더 절망적인 상황. 결국 청년들은 대서양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그들은 귀신이 되어서야 고향으로 돌아와 자본가에게 복수하고, 사랑을 쟁취할 수 있다.


<아틀란틱스>에서는 여주인공인 아다가 진취적인 캐릭터다. 아직 이슬람의 영향이 강한 가운데 그녀는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쟁취하고자 한다. 돈밖에 없는 남편과의 결혼을 거부하고,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찾으려 한다. 비록 귀신이 되어 돌아온 슐레이만과 사랑을 나눈 후 그녀는 자신이 올곧게 서있다고 믿게 된다. 저개발국가에서 이런 믿음은 얼마나 소중한가?




마티 디옵 감독의 <애틀란틱스>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2019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남자 청년들이 생계와 현실의 무게를 짊어지기 위해 위험한 대서양을 건너야만 하는 삶의 무게도 같은 크기로 담았다면 좋았겠지만 세네갈의 여성 감독으로서 마티 디옵 감독은 이슬람사회에 살고 있는 여성들의 진취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싶었던 것 같다. 지식인으로서의 그녀는 세네갈의 여성이 현실을 깨우치고 작은 걸음일지라도 좀 더 투쟁해주길 바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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