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릴팅 Lilting
중국계인 카이는 게이인데, 엄마에게 커밍아웃하기를 망설이고 있다. 그 와중에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다. 그의 연인이었던 리차드는 요양원에 홀로 남은 카이의 엄마를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이 영화는 일종의 상실에 관한 영화인 것 같다. 아들을 잃은 엄마와 연인을 잃은 남자. 엄마는 지극히 동양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으로 영국에 이민 온 지 29년이 되도록 영어를 못한다. 그러니 아들은 동양적 사고방식으로 사는 어머니가 자신을 미워하게 될 것이 두려워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그런 연인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카이 대신 카이의 어머니를 보살피려는 리차드. 그들 사이에서 친절하게 통역을 해주는 중국계 영국인까지. 이 영화는 악역이 없다.
홍 카우 감독의 <릴팅>은 개개인에겐 각자의 삶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영화다. 과거에 얽매여 있지 말고, 진신을 외면하지 말자는 것. 자신 때문에 희생하려는 리차드에게 엄마는 내 인생의 삶은 내가 짊어지겠다고 말한다. 이 말이 의미하는 건 리차드 너도 네 인생을 살아라는 것. 이 영화에서 좋았던 건 여백을 활용하는 장면들이었다. 나무들, 도시들, 그 외 등등 뭔가 고즈넉한 풍경을 씬과 씬사이에 자주 끼워 넣는데, 감정의 조절과 영화의 리듬을 생각했을 때 아주 좋아 보이더라. 이런 연출 방식이 내용과 맞물려 여운을 남겨준다.
007 시리즈의 젊은 Q 벤 위쇼와 홍콩 무협영화의 진주였던 정패패가 리차드와 엄마 역할을 맡아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외국영화 > 유럽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름달을 조심하라. 재밌는 늑대인간 영화 <런던의 늑대인간 An American Werewolf in London> (0) | 2020.05.29 |
---|---|
이자벨 위페르의 젊은 사랑. 모리스 삐알라 감독의 <룰루 Loulou> (0) | 2020.05.14 |
라우더 댄 밤즈 Louder Than Bombs (0) | 2020.04.26 |
파이어 윌 컴 O Que Arde (0) | 2020.04.13 |
내 이름은 꾸제트 Ma vie de courgette (0) | 2020.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