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장돌뱅이로 살면서 같이 늙어가고 있는 허생원, 조선달, 윤봉운이 봉평장에 도착한다. 여기서 허생원은 잘생기고 젊은 동이에게 손님을 빼앗기자 화를 내며 어깃장을 놓는다. 봉평은 허생원에게는 잊을 수 없는 고장이다. 바로 젊은 시절 첫사랑 분이를 만난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이는 아버지의 노름빚 때문에 팔려가고, 허생원은 분이를 찾기 위해 전국을 뒤지지만 안타깝게 만나지 못하고 오늘까지 왔던 것. 윤봉운이 쓸쓸하게 죽자 조선달은 집으로 돌아가고, 혼자 남은 허생원은 동이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의 아들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은 황순원의 대표적 단편 소설로,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이성구 감독은 최대치의 아름다운 화면으로 영화화 했다. 영화 속 봉평 메밀밭과 ..
이만희 감독의 는 1962년에 발표했던 작품 를 본인이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후반부는 긴장감 있고 재미있었지만, 중반부가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다. 유산을 상속받은 미모의 약사 오현주. 예전에 동거했던 이상국과 그의 친구 김태일, 박춘호는 현주의 유산을 빼앗을 공모를 한다. 태일은 현주를 유혹하는데 성공하고, 과거 때문에 사랑을 놓칠까 불안했던 현주는 상국을 기차에서 죽이게 된다. 그러자 바로 태일은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유산의 일부를 가로채는 데 성공한다. 현주는 사랑의 배신으로 힘들어하고, 춘호는 자기 몫을 받아내기 위해 현주에게 접근하고, 죽은 줄 알았던 상국은 살아 돌아온다. 진정으로 현주를 사랑하게 된 태일이 그녀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춘호와 함께 죽고 만다. 살아남은 상국은 기차에서 현주를 죽이..
딸부잣집의 딸 3형제인 덕자. 형자, 미자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며 구김살이 없다. 큰딸 덕자는 여대생으로, 같은 수업을 듣는 찬식과 알게 되면서 사귀게 된다. 찬식의 어머니는 유명한 헤어디자이너 윤사라다. 윤사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 할 만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살고 있는데, 찬식을 이런 어머니에 불만이 많다. 방학을 맞아 덕자와 찬식은 별장으로 놀러간다. 찬식의 가정사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되고, 둘은 진실한 사랑을 느끼고 하룻밤을 보낸다.... 김수용 감독의 은 한국영화계에서 청춘영화의 신호탄 같은 작품이다. 게다가 당시 신세대라 할 젊은이들이 주인공에, 그들의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다 보니 굉장히 세련되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들이 발 딛고 다니는 공간들 이를테면 대학캠퍼스, 고급 미용실, 전파상,..
협동한의원을 운영하는 김희갑과 황정순 부부. 아버지 김희갑은 부모의 허락도 받지 않은 막내딸의 연애가 못마땅하다. 이 와중에 전국 팔도에 흩어져 사는 딸들로부터 초대장이 날아온다. 부부는 딸들을 찾아 팔도여행을 떠난다. 첫째 은희가 살고 있는 청주에서는 시멘트공장과 충청도의 문화재를. 둘째 민자가 살고 있는 전라도에서는 넉살좋은 사위 박노식과 간척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제주도 여행을. 넷째딸이 살고 있는 부산에서는 돈은 많지만 인색한 사위에게 마음을 상하고, 셋째딸이 사는 울산에서는 비료공장을. 다섯째딸 미애가 살고 있는 속초에서는 딸의 가난한 살림살이에 가슴아파 한다. 마지막으로 군인인 아들을 방문하여 남북분단의 현장을 둘러본다. 김희갑은 막내딸의 교제를 허락한다. 환갑을 맞이하여 모인 아들 딸, 사위와..
최인현 감독의 1970년 작품 은 한국 최고의 남자 배우중 한명인 박노식 때문에 보게 된 영화다. 1970년에 일본 동경에서 엑스포가 개최되었고, 우리나라도 참가했고 아마 이 행사가 적잖이 화제가 된 모양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엑스포의 화려한 모습을 박노식의 시선을 통해 관광을 하는 듯 쭉 훓어준다. 한마디로 외국에서 열린 행사를 간접 경험해 보는 것. 특히 한국관의 모습을 정성스럽게 보여주면서 만족해하는 박노식의 모습을 통해 발전된 한국상을 과장하는 것도 당시 영화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한국행사장의 모습이 첨단 기술로 무장한 다른 나라의 행사장과는 다르게 전통을 전시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인데, 경제개발계획으로 발전하고 있긴 했지만 아직 산업과 기술이 여물지 못했던 당시의 상황을..
이기영 감독의 1973년 작품 는 유신때의 모범 청년들의 이야기라고 할 만하다. 당시의 국가가 모범이라고 강요했던 시대적 요청들은 네 명의 주인공인 국일(신일룡), 장호(송재호), 경자(여수진), 정옥(나오미)에 의해 보여진다. 영화가 시작하면 여대생인 경자와 정옥은 졸업을 앞두고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며 새벽에 우유배달을 해서 불우이웃을 돕자고 의기투합한다. 경자의 집에서는 역시 대학졸업반인 국일과 장호가 하숙을 하고 있는데, 현재 하숙비를 못 내 눈칫밥을 먹고 있는 중이다. 국일은 하숙비를 빌리기 위해 찾아간 교수 사무실에서 정옥을 만나 한눈에 반해 적극적으로 대시한다. 하지만 정옥은 콧방귀도 안뀌지 뭐… 취업이 힘들긴 하지만 국일은 자동차 회사에 취직이 된다. 성실함으로 사장의 인정도 받게 된다. ..
김수용 감독의 1974년 작품 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1부에 해당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대한 내용이지만 윤씨부인(김지미)과 최참판댁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영화가 구성되었다. 김수용 감독은 많고 많은 다양한 인물들을 나름대로 이해가능하게 적절하게 캐릭터를 잡아낸다. 또한 유려한 촬영이 보여주는 아름다움과 깊이감은 이 영화의 완성도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영화 후반부를 이끌어가야 할 서희의 카리스마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길상과 봉순의 존재감마저 뚜렷하게 살아나지 못하면서 서희의 탈출 부분에 대한 클라이막스에 힘을 싣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불균질적인 문제를 김수용 감독의 실책으로만 탓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나는 김..
이성구 감독의 에 대해 좋은 영화다. 걸작이다. 라는 말을 간혹 들으면서 꼭 보고 싶은 영화중의 한편이었는데, 실제로 보고 나선 고개를 약간 갸우뚱했다. 물론 이 영화가 싫었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은 전형성의 덫에 갇힌 영화이기도 했다. 당시 반공영화가 가지고 있는 뚜렷한 이분법적 선악구도는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는 인물들을 지독히도 평면적으로 보이게 하고 만다. 그러다 보니 인질로 잡힌 성직자들인 안신부(허장강), 정수사(이순재), 루시아 수녀(윤소라) 와 낙오한 북한군인 네 사람(이예춘, 김혜정, 윤양하, 박근형) 사이의 갈등의 깊이가 얕다. 게다가 북한군들 간의 갈등이 도드라지는 것도 아니어서 긴장을 지속시킬 만한 고리가 약한 편이다. 그래서 감독은 기침소리를 복선으로 깔면서 인민군 부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