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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부잣집의 딸 3형제인 덕자. 형자, 미자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며 구김살이 없다. 큰딸 덕자는 여대생으로, 같은 수업을 듣는 찬식과 알게 되면서 사귀게 된다. 찬식의 어머니는 유명한 헤어디자이너 윤사라다. 윤사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 할 만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살고 있는데, 찬식을 이런 어머니에 불만이 많다. 방학을 맞아 덕자와 찬식은 별장으로 놀러간다. 찬식의 가정사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되고, 둘은 진실한 사랑을 느끼고 하룻밤을 보낸다....
김수용 감독의 <청춘교실>은 한국영화계에서 청춘영화의 신호탄 같은 작품이다. 게다가 당시 신세대라 할 젊은이들이 주인공에, 그들의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다 보니 굉장히 세련되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들이 발 딛고 다니는 공간들 이를테면 대학캠퍼스, 고급 미용실, 전파상, 패션쇼, 별장을 비롯해, 여대생이라는 신분과 그녀들이 보여주는 대화와 의상. 이와 함께 보수적인 성관념에서 탈피한 듯 보이는 젠더에 대한 접근 등 구석구석 김수용 감독의 정성이 느껴지는 영화다.
그런데 좀 다르게 보면 한국적이라는 느낌이 덜하기도 하다. 각각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행위들은 한국적이라기 보다는 서구적인 느낌에 가까워 보인다. 그건 이 영화가 이시사까 요지로의 소설 <그놈과 나>를 날 것 그대로 각색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 이질성은 한국적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하기 보다는 서구적 감수성을 수용하고자 했던 의도는 아니었을까?
이 영화 이후로 신성일과 엄앵란은 콤비가 되어 수많은 청춘영화를 함께 만든다. 64년에 개봉한 <맨발의 청춘>은 그들의 대표작이 되었다. 10여년 전 영상자료원 시사실에서 본 이후 다시는 볼 기회가 없는 <학생부부>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이후 두 사람은 잘 알려졌다시피 세기의 결혼을 하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청춘교실>은 김수용 감독의 세련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서 좋기도 하지만, 한국영화사에 신성일과 엄앵란 콤비의 시작을 알린 것과이후 청춘영화들의 초석을 다졌다는 것으로도 기억해야 할 영화가 될 자격이 있다.
개봉 : 1963년 8월 23일 아카데미 극장
감독 : 김수용
출연 : 신성일, 엄앵란, 황정순, 주증녀, 복혜숙, 허장강, 방성자, 남미리, 손미희자, 이상사
방수일, 박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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