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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장돌뱅이로 살면서 같이 늙어가고 있는 허생원, 조선달, 윤봉운이 봉평장에 도착한다. 여기서 허생원은 잘생기고 젊은 동이에게 손님을 빼앗기자 화를 내며 어깃장을 놓는다. 봉평은 허생원에게는 잊을 수 없는 고장이다. 바로 젊은 시절 첫사랑 분이를 만난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이는 아버지의 노름빚 때문에 팔려가고, 허생원은 분이를 찾기 위해 전국을 뒤지지만 안타깝게 만나지 못하고 오늘까지 왔던 것. 윤봉운이 쓸쓸하게 죽자 조선달은 집으로 돌아가고, 혼자 남은 허생원은 동이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의 아들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메밀꽃 필 무렵>은 황순원의 대표적 단편 소설로,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이성구 감독은 최대치의 아름다운 화면으로 영화화 했다. 영화 속 봉평 메밀밭과 메밀꽃을 보여주는 촬영은 흑백영화가 보여 줄 수 있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연기 달인인 박노식, 김희갑, 허장강의 노련함에 젊은 이순재가 보여주는 신선함은 이 영화를 한편의 훌륭한 문예영화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어긋나기만 하는 분이와의 만남에 망연자실한 허생원

 

영화 자체가 꽤 마음에 들었지만 특히 좋았던 장면은 허생원이 분이를 찾아 헤매는 시퀀스들이다. 찰나의 순간으로 항상 어긋나기만 하고 만나지 못하는 상황을 박노식은 정말 애절하게 연기한다. 요즘 세상에서야 이렇게 만나지 못할바도 아닌데, 그 시절의 어긋남이 안타깝기 그지없을 정도다. 박노식의 절절한 애절함이 화면을 뚫고 내 마음에 고대로 꽂힌다. 의지하고 믿었던 친구들이 모두 떠나고 언뜻 분이와의 재회를 기대하게 만드는 마지막 장면이 유쾌하게 연출되었지만 그 결과가 너무 궁금하다. 소설이나 영화나 다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허생원과 분이가 재회 하기를 나도 모르게 빌게 된다.


개봉 : 1967년 12월 15일 대한극장

감독 : 이성구

출연 : 박노식, 김희갑, 허장강, 이순재, 김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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