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만희 감독의 <여섯개의 그림자>1962년에 발표했던 작품 <다이알 112를 돌려라>를 본인이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후반부는 긴장감 있고 재미있었지만, 중반부가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다.

 

유산을 상속받은 미모의 약사 오현주. 예전에 동거했던 이상국과 그의 친구 김태일, 박춘호는 현주의 유산을 빼앗을 공모를 한다. 태일은 현주를 유혹하는데 성공하고, 과거 때문에 사랑을 놓칠까 불안했던 현주는 상국을 기차에서 죽이게 된다. 그러자 바로 태일은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유산의 일부를 가로채는 데 성공한다. 현주는 사랑의 배신으로 힘들어하고, 춘호는 자기 몫을 받아내기 위해 현주에게 접근하고, 죽은 줄 알았던 상국은 살아 돌아온다. 진정으로 현주를 사랑하게 된 태일이 그녀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춘호와 함께 죽고 만다. 살아남은 상국은 기차에서 현주를 죽이려다 경찰에 잡힌다.

 

스릴러인 <여섯개의 그림자>는 도입부분의 긴장감이 참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중반부 즉 현주가 상국을 죽이고 태일이 진실을 말하고 현주가 괴로워하는 부분은 좀 늘어지지 않나 싶다. 그러니까 뭔가 계속 심장을 조여 오게 만드는 장면들은 조금 실망스럽다. 반면 마지막 시퀀스들이라 할 남자들의 싸움, 기차에서 현주를 죽이려는 상국의 묘사는 흥미진진하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오리지널 영화인 62년 작품 <다이알 112를 돌려라>, 현재 필름이 남아있지 않다.

 

이만희 영화에서 남자들은 찌질해서 죽고, 찌질하지 않아도 죽는다. 그러므로 남자의 죽음은 이만희 감독의 큰 주제처럼 보인다. 이렇게 그의 영화에서 남자들이 죽어나가는 것은 한국사회에 대한 지독한 환멸이 작용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니까 기득권이 된 남자들의 옹졸함.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는 옹졸함 말이다. 그러면서 짐짓 남자다운 척, 근엄한 척 한다는 것은 아닐는지. 당시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대통령과 그 무리들이 누구였는지 기억해보라. 그래서 대신 여자들에게서 희망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만희 감독의 영화에서 여자는 착하든, 팜므파탈이든, 어린 어이든 비록 홀로 될지라도 기어코 살아남곤 한다. 남궁원이 아시아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개봉 : 1969년 9월 17일 국도극장

감독 : 이만희

출연 : 윤정희, 신성일, 남궁원, 허장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