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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에 개봉한 문여송 감독의 <사랑만들기> 70년대 고교하이틴물의 융성과 쇠락이후 그 대체제로 만들어졌던 대학캠퍼스물의 하나지만 70년대와는 다른 세련된 생활을 영위하고자 했던 시대의 특징을 보여 주듯 성에 대해서도 좀 더 개방적인 태도로 접근했고, 사운드트랙이 히트하면서 감성적인 당대의 젊은이들에게 어느 정도 어필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싱싱함은 인정할만하다 하더라도 아쉬운 면이 없는 건 아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감독의 연출력보다는 당시 대학에 재학중이던 이규형 감독이 쓴 시나리오의 덕을 많이 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영화는 동화작가를 꿈꾸는 럭비선수인 용우(길용우)와 아름다운 미대생 선아(최선아)커플을 통해 분출하는 젊음과 순수에 대한 동경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물론 그 방식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수준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쉽지 않았을 동거라는 선택. 그로 인한 고통의 감내. 결국 사랑은 서로를 아끼고 책임지는 것이라는 당위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치열하진 못하다. 동거를 하는 용우와 선아의 고통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여전히 성은 정식결혼과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임을 공고히 한다.


영화 초반부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두 주인공의 순수, 순결, 순진의 퍼레이드야말로 젊은이들이 지녀야 할 가치관이라는 것을 역설함으로써 이 영화는 그저 책임지지 못할 사랑에 빠진 젊은이의 철없음을 보여주는 것에 그친다. 따라서 영화는 당대 보수적 가치관의 확인 작업에 불과하고, 그것의 인정을 도모하는 선에서 그치고 만다. 결국 문여송 감독과 이규형이 그려낸 영화 <사랑 만들기>는 그저 순정만화적인 감수성으로 채색된 낭만적 사랑에 대한 판타지로 흘러가 버리고 말았다.


<사랑만들기> OST가 히트했다. 영화 초반부에 흘러나오는 이명훈의 바보처럼 울고말았네는 영화가 그려내지 못한 젊은이의 감성을 제대로 건드린다. 그리고 후반부를 장식하는 사랑의 대화는 가사의 오글거림이 아주 재미있는 곡이다.  


지금은 중견연기자가 되어 중후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들의 젊은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영화다. 길용우를 비롯, 선우재덕, 이효정, 안문숙의 젊은모습이 반갑다.

 

개봉 : 1983년 2월 20일 푸른극장

감독 : 문여송

출연 : 최선아, 길용우, 손창호, 이효정, 선우재덕, 안문숙, 김동현, 방희, 유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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