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현 감독의 , 하도 입소문이 흉흉해서 보기 전에 “도대체, 어떻길래?”라는 생각을 했다. 일단 종횡무진 액션과 개그로 버무린 스토리 구성이 낙제점으로 생각되긴 해도, 즐길 수 있는 부분은 있었다. 특히 벽란도 시퀀스에서의 액션과 마지막 장면에서 하지원이 연 같은 것을 타고 날아가는 장면은 좋더라. 그러니까, 이 영화에 기대한 것이 없었는데, 의외로 이런 신나는 액션이? 이런 느낌. 대놓고 미국영화 에서 모티브를 따 온 이 영화는 역시 감독의 연출이 실종된 프로듀서용 영화라고 해야 하겠다. 감독은 그냥 고용되어 이렇게 찍어, 저렇게 찍어 하면 그냥 “네, 네, 사장님” 했을 것 같은 연출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흥행에 왕창 실패했다. 색보정으로 만든 때깔 좋은 화면과 거의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액..
김성훈 감독의 재미있더라. 한국영화에서 장르적으로 꽤 완성도 있는 작품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옆으로 새지 않고 한길로만 뚝심 있게 몰고 가는 내러티브가 좋더라. 김성훈 감독은 뭔가 메시지를 만들거나, 예술인척 노력하지 않으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고, 이런 탈취장르(?)에서의 일정한 성취를 일궈낸 듯 하다. 부패한 경찰들간의 다툼이라고 할까? 누가 더 부패했나요? 결국 더 부패한 형사는 죽고, 덜 부패한 형사는 쫓겨나는데, 그 덜 부패한 형사는 그 많은 부패한 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의문 부호를 남기고 영화는 끝난다. 한번 보자. 어머니의 장례식날 우연하게 사람을 죽였다고 착각하게 되는 형사의 고군분투. 특히 어머니의 관에 시체를 함께 묻는 장면은 효 사상이 아직 남아있는 우리나라에서..
이기욱 감독의 는 평이 안 좋아서 망작인가 보구나 했는데, 아니더라. 일단 생각보다는 괜찮다는 것. 뭔가 깔끔하게 진행시킨다는 느낌은 다소 부족했지만, 살부라는 테마를 통해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문제와 청소년 문제를 무리 없이 보여주는 것 같다. 마무리가 좀 깔끔하다는 느낌이 없어서 아쉽지만 말이다. 먼저 이 영화에서 살인자는 바로 아버지다. 여기에는 중의적 의미가 있다. 직접적인 살인자로서의 아버지가 있지만, 지수 아버지 캐릭터에서 보듯 간접적인 살인자도 있고, 영호를 괴롭히는 일진의 아버지 같은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버지라는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아이를 키워내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그것은 아마 자신의 한계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주협(마동석)을 보자. 첫 장면에서 아내와 아내의 정부를..
창감독의 은 보는 동안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스토리와 액션이 나를 옭아맬 정도로 강렬한 것은 아니어서 아쉬움도 그만큼 컸다. 프랑스 영화 의 리메이크라고는 하지만, 오리지널 영화 자체도 독창적인 스토리는 아닌 듯, 어느 나라 영화에서나 엇비슷한 이야기는 존재할 것 같다. 갱단에 쫓기는 남자. 아무것도 모르고 그를 치료하는 의사. 그 덕분에 의사의 아내는 납치되고, 여기서 약간 이야기를 꼬자면 의사의 아내를 납치한 사람은 갱단이 아닌 남자의 동생이고, 갱단도 알고 봤더니 부패경찰이라는 것. 그런데 그 부패 경찰은 갱단의 모습처럼 부하 경찰을 지휘하고 있고, 부하 경찰은 충성을 다하더라는 것. 이만하면 이 영화가 스토리의 독창성에 기댄 영화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리메이크라서가 아니고 말이다. 스토리..
홍상수 감독의 을 보다 보면 그의 영화는 정말 똑같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때마다 새롭게 보이는 게 신기할 정도다. 이번 영화에서는 무엇보다 구도가 너무 안정적이고 편해 보였다. 그냥 로케이션으로 카메라 갖다 놓고 그냥 막 찍은 듯 보일 정도였는데, 그의 영화의 어떤 것들이 이런 편안함을 만들어내는 건지? 내용과 너무 잘 어울리는 촬영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혹시라도 돈 엄청 쏟아 부어 놓고 때깔 좋게 만드는 건지? 물론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어쨌거나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보다 보면 어느새 몰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홍감독, 그 사람의 능력은 정말 인정해야 할 듯 하다. 나는 홍상수 감독이 코미디를 선택하면서 점점 더 그의 영화가 자꾸만 자꾸만 좋아지고 있는 ..
이윤기 감독의 는 희수(전도연)가 1년 전에 헤어진 남자친구 병운(하정우)에게 빌려 주었던 돈 35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하루 동안 그와 동행하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는 시종일관 희수가 350만원을 다 받을 수 있을까? 병운이 그 돈을 다 빌릴 수 있을까? 라는 일종의 서스펜스를 유발시킨다. 그러나 정작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그 돈의 의미는 점점 희미해진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주요한 소재로 차용된 350만원이라는 돈은 히치콕식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맥커핀인 셈이다. 그러니까 돈의 의미가 점점 희미해지는 대신 희수와 병운이 하룻동안 만나는 사람들의 양태, 주인공의 심리의 변화, 그리고 서울이라는 삭막한 도시 공간이 더 중요해지기 떄문이다. 일종의 돈을 찾아가는 로드무비라 할 만한 이 영화에서 이윤기 감독은..
이한 감독의 을 보고 나니, 의 성공의 여파는 여전히 힘을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의 정서라 할 그리움을 차용한 영화들이 몇 차례 개봉되기도 했고,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러나 에 이르면 이제 힘을 다했다는 생각도 든다. 은 비슷한 정서를 시도했지만 가슴을 적시기 보다는 그저 신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포착한 전쟁 시기의 어린이 합창단이라는 소재 자체는 좋았다. 그들이 불러주는 맑고 고운 노래가 메아리가 되어 전쟁과 가난에 지친 극중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까지 적셔줄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내러티브 구성이 너무 진부했다. 그래서 그 노래 소리가 마음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기존 한국영화에서 이러이러한 장면들을 조..
굉음을 내며 굉장한 속도로 달리는 오토바이가 시점쇼트로 보인다. 이 소리는 한 폭의 동양화처럼 고즈넉해 보이는 시골 마을에 내리는 어둠을 가른다. 마을에 하나 둘 전등이 켜지고 붉은 노을이 사그라질 무렵 막걸리집 ‘돌아온다’의 소박한 간판에 불이 들어온다. 영화 는 이렇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이미지를 툭 던지면서 시작한다. 막걸리집 처마에는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옵니다’라는 문구가 달려 있다. 제목처럼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찾고 있다. 경상북도 울주군에서 촬영했다는 영상도 따뜻함을 품고 있다. 여유로운 시골 풍경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그 속에서 인물들은 삶을 살고 화도 내고 용서도 하고 사랑도 한다. 사연 없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 속에서 나의 사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