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는 희수(전도연)가 1년 전에 헤어진 남자친구 병운(하정우)에게 빌려 주었던 돈 35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하루 동안 그와 동행하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는 시종일관 희수가 350만원을 다 받을 수 있을까? 병운이 그 돈을 다 빌릴 수 있을까? 라는 일종의 서스펜스를 유발시킨다. 그러나 정작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그 돈의 의미는 점점 희미해진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주요한 소재로 차용된 350만원이라는 돈은 히치콕식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맥커핀인 셈이다. 그러니까 돈의 의미가 점점 희미해지는 대신 희수와 병운이 하룻동안 만나는 사람들의 양태, 주인공의 심리의 변화, 그리고 서울이라는 삭막한 도시 공간이 더 중요해지기 떄문이다.
일종의 돈을 찾아가는 로드무비라 할 만한 이 영화에서 이윤기 감독은 아주 유려한 미장센을 보여준다. 영화 초반부에 우리는 ‘뗴인 돈 받아준다’는 살벌한 문구로 가득한 서울을 만난다. 또한 고층빌딩 옥상의 졸부의 모습. 고급 아파트 고층에 살고 있는 윤락녀의 모습 등을 통해 욕망과 계급의 상승단계를 전시한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공간은 점점 자본주의의 규칙에서 벗어난 듯 보이는 히피, 꽃집, 거리에서 홍보활동을 하는 도우미들, 마트에서 일하는 소시민적 친구가 사는 골목으로 이동한다. 또한 카메라가 고층에서 저층으로 이동하면서 색감도 차가운 블루톤에서 따뜻한 붉은계열로 변한다. 그러고 보니 영화가 시작되면서 과잉된 스타일로 연출된 경마장 시퀀스에서 시작하는 것도 의미심장해 보인다. 가장 비인간적 공간이라 할 도박장에서부터 인간적 정을 느끼게 하는 골목길까지. 이윤기 감독은 공간의 이동을 통해 서울이라는 고도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내고 있는 소시민들에게 마음껏 애정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캐릭터도 무척 흥미롭다. 희수보다는 병운이라는 인물이 정말 괜찮게 다가온다. 하정우가 탁월하게 연기하고 있는 이 인물은 영화 초반부에는 도박이나 하며 입만 살아있는 사기꾼 같은 인물로 보인다. 그러나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아주 매력적인 인물로 변한다. 사실 하룻동안 평범한 소시민이라 할 사람들에게 350만원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인간성을 우회해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심지어 가난한 이혼녀마저 그에게 돈을 빌려주려고 하지 않는가.
반면 희수는 합리적인 인물처럼 등장하지만 인간미가 부족해 매력이 점점 떨어진다. 희수는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관객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멋진 하루>는 희수가 병운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과정의 영화이며, 350만원이라는 돈의 기호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영화다. 이윤기 감독은 희수의 관점이 변했듯, 관객들도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멋진 하루>는 멋진 시나리오와 멋진 연기가 있는 영화다. 그만큼 할 말이 많은 영화였고, 꽤 근사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멋진 영화라고 할 만 하다.
개봉 : 2008년 9월 25일
감독 : 이윤기
출연 : 전도연, 하정우, 김혜옥, 김중기, 기주봉, 최일화
'한국영화 > 2010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인자 - 마동석의 단독주연작 아버지, 살인마 그리고 아들 (0) | 2018.09.07 |
---|---|
표적 - 조금은 아쉬운 스릴러 (0) | 2018.09.05 |
자유의 언덕 (0) | 2018.09.04 |
오빠 생각 (0) | 2018.09.04 |
돌아온다 - 그리움을 담은 막걸리 한잔 (0) | 2018.02.14 |
- Total
- Today
- Yesterday
- 김진규
- 1976
- 박암
- 황정순
- 이해룡
- 하명중
- 1981
- 도금봉
- 박원숙
- 최남현
- 신성일
- 남궁원
- 박노식
- 1980
- 한은진
- 김기종
- 문희
- 70년대 한국영화
- 사미자
- 1979
- 1977
- 윤일봉
- 김정훈
- 전숙
- 허장강
- 1970
- 문정숙
- 김희라
- 1978
- 전계현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