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의 은 참 괜찮은 영화가 될 만한 내용을 많이 가지고 있는 영화였다. 물론 시나리오에 감독과 배우 및 스탭들이 투입되어 만들어낸 결과물인 영화 이 ‘괜찮다고 할 만한 내용’을 영상으로 형상화한 후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이다. 부패한 정권에 대한 조롱, 그것을 개선해 보고자하는 민초들의 항쟁이 만들어낸 묵직한 주제에 더해 절절한 사랑의 멜로라인이 있고, 이에 더해 꿈과 희망에 대한 바램이 플롯 전체에 살포시 깃들어 가슴 한 구석 묵직한 울림을 녹여낼 만 한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고 보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괜찮아 보이는 내용을 가지고도 영화가 제대로 된 짜임새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감독 이준익의 연출력을 먼저 탓해야 할 것 같다. 이준익 감독은 이후 계속 하향..
친구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는 나름 파격(?)적인 내용의 영화 를 보면서 언뜻 스탠리 큐브릭의 를 떠올리긴 했지만, 언감생심 그 영화의 발끝에도 못미치는 영화라는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그랬다. 무엇보다도 친구의 딸인 남은(이하나)이 형만(안성기)을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는 계기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하다. 그렇다보니 남은의 심리상태가 뭘까에 대해 자꾸만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영화에 몰입을 하는데 방해가 되다 보니 영화가 전체적으로 처져 보인다. 더군다나 형만의 성격까지 소심한 노총각으로 설정하다 보니 영화가 더욱 힘이 빠져버린 듯 했다. 영화는 사랑의 표현에 적극적인 신세대 남은과 자기 세계에 안주하며 표현에 소극적인 형만의 대비를 통해 균형을 맞추려고 한 것 같은데 4차원으로 ..
유성엽 감독의 는 신파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는 영화다.하지만 감정을 불필요하게 증폭시키면서 인물들을 소진시키거나약간 억지스런 상황을 만들면서 밀고 당기는 사랑에 속고 돈에 우는그런 옛스러움(?)을 담은 신파는 아니다.당연하다.2010년도 아닌가.친정엄마는 내용이나 스타일적인 면에서 명절에 TV에서 볼 수 있는특집드라마와 구별될 만한 차별화를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더욱더 절제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밖에없는 영화이기도 할 것이다.이점에서 갑작스런 감정의 증폭이 아니라 감정을 조금씩 쌓아가는연출 방식이 친정엄마를 ‘전형적’이다 혹은 ‘신파’다 라는느낌이 감상을 방해할 정도로 강하게 느껴지지 않게 한 것 같다.영화를 보면서 느끼게 되는 이런 감정은 중요한 것 같다.몰입이라는 부분에서..
김광식 감독의 을생계형 로맨틱 코미디라고 부르면 재미있을 것 같다.영화의 재미를 만들어내는 두 주인공의 밀고 당기는 사랑게임이바로 먹고 사는 문제로 시작되니까 말이다.우수한 성적으로 석사까지 마쳤지만단지 지방대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며젊은날의 삶이 팍팍한 세진(정유미)과쨍하고 해뜰날을 기대하며 남의 죄 대신 뒤집어쓰고 감옥까지갔다 왔지만 여전히 햇님은 구름에 가린 채 인생이 흐릿하기만 한생날건달 동철(박중훈)의 모습은 그저 평범한 이웃처럼 친근하게 다가와서살짝 미소짓게 하지만 곧 나와 별다르지 않는 그들의 고군분투(?)를보면서 씁쓸한 현실의 한 단면을 되새김질하게 만들더니기어코 따뜻한 가슴 한가운데로 쓰라린 맛 한방울 떨어뜨려 놓고 만다.그래도 그 쌉싸름함이 위궤양으로 도지지 않는 것은250..
평행이론이라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았다.영화속에서 대표적으로 소개되는 평행이론은링컨과 케네디가 동일한 운명을 타고 났으며모두 같은 날(시대는 달라도), 같은 시간에 같은 사건으로죽었다는 가설은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말이다.더군다나이런 소재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의 소재로도안성맞춤인지라 과연 권호영 감독이 얼마만큼이러한 소재를 가지고 장르에 충실하게 그려냈을까 궁금해진다. 일단영화를 보는 내내 재미있었고 누가 범인일까 이리저리끼워맞춰보고 과연 결과에서 운명론을 답습할 것인가아니면 어떤 새로운 결론을 도출해서 관객들을 놀라게 할까?에 대해서도 궁금해진다. 하지만영화가 끝나고 그냥 재미있게 봤다는 걸로 만족해야겠다고 생각했다.흥분을 동반하지 않은 재미는 곧 잊혀지겠지만 말이다. 그래도감독이 큰 ..
참내... 뭐야, 이거... 야~~ 몇 년만이냐... 쪽팔리게 시리...결국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말았다.눈물까지는 흘리지 않았다만...한마디로 모든 게 다 예상대로 흘러가고,모든 장면장면이 이미 너무 익숙하며모든 대사대사가 너무 상투적이고모든 상황상황이 너무 전형적인 경우라내 머리에 영화 먹물이 들어차서이런 영화 왜 이리 지리멸렬하냐고외쳐야 하는게 정상이지만한번쯤 무장해제가 되어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먹물을 확 지워버리면‘씨~~ 되게 유치한데, 좀 슬프네’하면서 감정이 풍부해지고영화가 요구하는 그대로 몰입해 버리면서고분고분 관객이 되는 때가 있다. 바로 이 영화다.며칠전에 본 슬픈 계절에 만나요라는 신파멜로영화와똑같은 장르다.하지만 좀 더 세련된 촬영, 조명 등등이슬픈 계절에 만나요와는 다른게 몰입을 하게..
홍상수 감독의 영화 스타일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그의 영화는 점점 재미있어진다. 내 느낌은 이렇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점점 가벼워진다. 그냥 깃털 같은 느낌이다. 그러니까 그는 점점 영화라는 매체가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표준 같은 걸 점점 내려 놓는데 주저함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는 ‘이래야 저래야’ 한다는 고정관념 같은 것에서 어느덧 벗어나 버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부담이 적고, 그래서 가볍게 느껴지고, 그래서 깃털처럼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지는 것 같은 것이다. 결국 이런 것들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 월드를 완성하는 스타일로 굳어지는 것일 테다. 매번 비슷한 유형의 인간, 특히 그다지 정이 안가는 인간들의 잘난 척 대화 같은 거나, 이미 페기 처분 되었다..
권칠인 감독의 은 생각했던 것 보다 괜찮은 영화였다. 그리고 기대했던 것 보다 야하지 않은 영화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실망할 것은 없는게, 이 영화의 유려한 스토리가 노출에 대한 아쉬움을 아주 가볍게 망각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유려하다고 느꼈다. 뻔하다면 뻔한 스토리지만 세 주인공의 성격을 명확하게 설정했고, 그 명확한 인물의 성격을 통해 사건이 진행되고, 플롯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영화는 물 흐르듯 진행되었고, 나 역시 부담없이 스토리에 빠져들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세 주인공인 신혜(엄정화), 해영(조민수), 미영(문소리)이 신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신파스럽지 않게 표현했다는 것이 좋았다. 성공한 방송 프로듀서인 신혜는 사귀던 남자가 어린 여자와 결혼한 후,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