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항상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는 김태희가 그럭저럭 좋은 연기를 보였다는 기사를 얼핏 읽어본 것 같기도 하나 이 영화에서 김태희라는 배우는 노력에 비해 여전히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았다. 역시나 오랜만에 출연한 연기력 좀 있다는 양동근도 존재감 제로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경주마들이 돋보이느냐 그것도 아니더라. 하지만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 바로 감독 양윤호다. 단역으로 2~3초 출연했기 때문에? 아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사 하나가 빠진 것처럼 이렇게 엉성하게 보일수도 있구나 새삼 깨닫게 만들어주는 그 연출력 때문이다. 그렇다. 양윤호 감독의 그랑프리는 있을 건 다 있으나 제대로 된 것은 없는 그런 영화였다. 익히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평범한 방식으로 ..
박수영 감독의 는 돈 안들인 티가 난다. 저예산 독립영화다. 시각적으로 풍만한 이미지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다른 방식으로 그 여백을 채워야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라든지, 깊은 사회비판의식이라든지, 아니면 장르적으로 밀고 들어가기나 패러디 등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 박수영 감독은 일단 세 번째 방법을 택한 것 같다. 그래서 호러에 코믹을 버무려서 재미를 추구하면서 메시지를 살짝 도출하는 방식. 전형적이라고 할만도 하지만 저예산 독립영화에서는 꽤 매력적인 접근방식일 수 있다. 는 회사에서 해고된 노동자 김씨(이경영)가 엄사장 가족의 휴가지에서 그들을 죽이려 한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팔을 자르고, 다리를 자르는 잔혹한 장면이 이어지는데, 사건의 범인인 김씨는 “네가 짤라서 나도 짤랐다”고 말하는데..
윤재근 감독의 는 하나의 심장을 두고 쫓고 쫓기는 스릴러 장르를 통해 재미를 만들어가는 영화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모성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즉, 이 영화는 근본적으로는 두 명의 어머니가 이끌어가는 영화라는 것이다. 심장병으로 죽음을 문턱에 둔 딸을 가진 영어 유치원 원장 연희(김윤진). 삼십이 넘도록 양아치짓을 하고 다니는 아들 휘도 때문에 속을 썩는 가난한 어머니. 표면적으로 연희와 휘도(박해일)의 대결로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휘도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뇌사에 빠진 어머니이므로, 이 영화는 두 어머니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일단 윤재근 감독은 영화 속에서 악인을 내세우지 않는다. 휘도의 어머니를 착취했던 남자(주진모)정도가 악역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역시 어리버리..
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극장에서 그렇게 웃어보기는 올들어 처음인 듯... 아주 유쾌했다.일단 시대가 80년대 후반이라 친근감이 많이 느껴졌고,더구나 주요 공간이 부산이라 고향이 부산인 나로서는 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았다.기억을 더듬어보면정말 89년에 국제시장의 저 좌판에 앉아 떡볶이를 먹었던 것 같기도 하지 뭔가...^^영화를 보기전에는 지금 상황에서영남과 호남의 지역감정이라는 소재가 좀 현실감이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배경이 80년대 후반이라는 걸 알고는 머리 좀 썼네 싶었다.아마 그때가 지역감정이라는 구습의 거의 막바지 시기가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사실 영화 자체는 별다른 특별한 점은 발견하기 힘든 코미디영화다.그래도만희 희화화 하기는 했지만 영남과 호남의 사투리를 이용한 웃음코드는TV에서 자주보..
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자연스럽게 셜록 홈즈와 왓슨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탐정과 보조라는 인물구성이 그들만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그늘에서 벗어나기가 힘든 건 아마 셜록과 왓슨이 너무나 유명한 아이콘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영국의 탐정의 이미지는 희미해지는데, 그것은 비단 공간의 변화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일차적으로는 캐릭터들의 성격형성에 일단 성공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만큼 조선명탐정의 탐정(김명민)과 서필(오달수)이라는 인물은 영화를 끌고 가기에 충분히 매력적일 만큼 선명하게 부각된 캐릭터였다. 어쨌든 코믹하고 소심하고 겁도 많은 깨방정 스타일의 탐정은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았고, 특히 무거운 연기를 주로 했던 김명민의 이미지 변신은 그 자체로 꽤나..
1.198분짜리 영화를 한 자리에서 끝까지 본다는게 보통일은 아니구나 하고 생각해본다.특히 그 영화가 인디아나 존스도 아니고 카페 느와르라면...하지만 그래도 이상하게도 잠시 졸긴 했지만 은근히 재미있는 구석이 있네 하게 된다.그러니 정성일 감독의 카페 느와르는 내가 재미있게 본 걸까? 아니면 지루하게 본 걸까?졸았으니 분명 지루한 지점이 있었을 텐데, 의자에서 일어나면서는 그래도 재미있는 구석이 있네라고 생각해 버렸으니... 결국 나는 생각보다는 재미는 있는 영화네라고 생각해버린다. 그렇다고 해도 내러티브를 제대로 이해한 것도 아니고 영상을 제대로 음미한 것도 아니고, 대사를 제대로 알아들었는지도 자신은 없다. 하지만 2시간 78분이라고 우기기도 하는 이 영화의 이미지는 확실하게 눈동자를 밀고 들어와 ..
600만명의 사람들이 본 영화라서 그런가 확실히 재미는 있구나.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단도직입적으로 한번 들어가 보자.우선 이정범 감독의 가 모티브로 삼고 있는 영화들에 대한 언급.뤽 베송 감독의 레옹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레옹은 이미 존 카사베츠의 글로리아에서 모티브를 빌려왔을 거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의 깊숙한 곳에는 존 카사베츠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고 할 수 있을 듯. 어쩌면 영화를 좀 본다 하는 사람들은 뤽 베송 보다는 존 카사베츠의 뒤에 줄 서기를 바랄수도 있겠다 싶어서. 더불어 대니 보일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보여지는 인도 빈민가 아이들을 다루는 범죄집단의 잔혹함은 불행하게 태어난 한국 어린이들의 잔혹사를 표현하는데 있어 참고가 되었을 법 하기도 하다. 그 외 무수하게 보..
12010년 대종상 시상식에서 강우석 감독이 이끼로 감독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곤 기겁을 해버렸다. 감독상이 연출이 뛰어난 사람이 아닌 권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가는 건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대종상이 영화계의 신구세력을 끌어안는 방식이 이런식이라면 좀 곤란하지 않을까? 어느 시상식이나 왈가왈부는 있겠지만 이번 대종상 감독상은 받아들이기에는 호흡곤란이 동반되는 건 아닌가 싶다. 2그렇다고 이끼가 무지막지하게 못 만든 영화라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잘 만든 영화라고 말하기엔 조금 민망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이 강우석 감독 특유의 설렁설렁 연출이었다. 물론 연출과 재미가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므로 영화까지 재미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꽉 찬 느낌은 부족했지만 미스테리적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