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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감독의 <표적>은 보는 동안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스토리와 액션이 나를 옭아맬 정도로 강렬한 것은 아니어서 아쉬움도 그만큼 컸다.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의 리메이크라고는 하지만, 오리지널 영화 자체도 독창적인 스토리는 아닌 듯, 어느 나라 영화에서나 엇비슷한 이야기는 존재할 것 같다. 갱단에 쫓기는 남자. 아무것도 모르고 그를 치료하는 의사. 그 덕분에 의사의 아내는 납치되고, 여기서 약간 이야기를 꼬자면 의사의 아내를 납치한 사람은 갱단이 아닌 남자의 동생이고, 갱단도 알고 봤더니 부패경찰이라는 것. 그런데 그 부패 경찰은 갱단의 모습처럼 부하 경찰을 지휘하고 있고, 부하 경찰은 충성을 다하더라는 것.

 

이만하면 이 영화가 스토리의 독창성에 기댄 영화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리메이크라서가 아니고 말이다. 스토리가 진부하면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방법도 있는데, 표적은 이 부분에서도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한 것 같더라. 무엇보다 기존의 헐리웃 액션 영화 주인공의 이미지를 차용한 류승룡과 이진욱은 장르적 인물이라 하더라도, 그들을 뒷받침할 조연으로 실력 있는 배우들인 유준상, 진구, 조여정, 김성령, 조은지 등이 포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아 보였다. 가장 실망스러운 캐릭터는 바로 김성령. 강력사건을 조사하는 여성형사반장이라는 설정은 훌륭했지만, 사건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며 해결할 핵심인물처럼 보이던 그녀가 아주 어처구니 없이 죽고 만다. (일종의 서프라이즈???) 김성령을 레즈비언적 감성으로 존경하는 듯 보이는 조은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핵심악역이라 할 유준상마저 화면을 장악하지 못했던 건 아닌가 싶다

 

주인공인 류승룡의 연기는 역시 훌륭해 보였지만, 이미 그의 얼굴은 너무 많이 소비되어 극중에 몰입시키지 못하는 역효과를 내더라. 카리스마를 뽐내는 류승룡의 얼굴과 여린 이미지를 풍기는 이진욱의 얼굴이 대비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는데, 이진욱의 연기가 좀 부족해 보이기도 했다. 조여정도 마찬가지였고 그나마도 돋보이는 건 진구인데, 그건 그가 틱 장애 연기를 섬세하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표적>은 형제애를 강조하는 영화로 보인다. 그것은 한국적 감수성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직 보지 못한 원작영화가 어떻게 주제를 끌고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에 입각한 감성은 분명 한국적인 것이라고 생각된다. 류승룡과 진구의 형제애를 대표적으로 전시하는 이 영화는, 그 변형으로서, 하지만 동일한 의미에서 사랑을 내세우는 이진욱과 조여정 부부의 모습. 그 외 김성령과 조은지의 관계도 형제애로 볼 수 있겠다. 굳이 따지자면 유준상의 부패경찰 패거리들의 모습도 나쁜 형태이긴 하지만 형제애로 뭉쳐 있는 경우라 할 만 하다.

 

결국 영화는 감옥에서 출옥한 류승룡과 이진욱이 의형제(?)처럼 맺어지며 끝난다. 이진욱은 그의 딸에게 삼촌이라 부르게 함으로써 이 관계는 완성된다. 그런점에서 이 영화는 남자들의 영화라 할 만하다. 어쨌든 나에게 창 감독의 <표적>은 재미는 있으되 뭔가 말 못할 아쉬움이 떨쳐지지 않아서 이상한 듯 안 이상한 듯 아쉬운 영화가 된 건 사실이다.


개봉 : 2014년 4월 30일

감독 : 창

출연 : 류승룡, 이진욱, 유준상, 김성령, 조여정, 진구, 조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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