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박제현 감독의 <조선미녀삼총사>, 하도 입소문이 흉흉해서 보기 전에 “도대체, 어떻길래?”라는 생각을 했다. 일단 종횡무진 액션과 개그로 버무린 스토리 구성이 낙제점으로 생각되긴 해도, 즐길 수 있는 부분은 있었다. 특히 벽란도 시퀀스에서의 액션과 마지막 장면에서 하지원이 연 같은 것을 타고 날아가는 장면은 좋더라. 그러니까, 이 영화에 기대한 것이 없었는데, 의외로 이런 신나는 액션이? 이런 느낌.
대놓고 미국영화 <미녀삼총사>에서 모티브를 따 온 이 영화는 역시 감독의 연출이 실종된 프로듀서용 영화라고 해야 하겠다. 감독은 그냥 고용되어 이렇게 찍어, 저렇게 찍어 하면 그냥 “네, 네, 사장님” 했을 것 같은 연출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흥행에 왕창 실패했다. 색보정으로 만든 때깔 좋은 화면과 거의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액션의 연속이라면 스토리야 엿 바꿔 먹어도 천만 관객쯤 식은 죽 먹기처럼 동원할 수 있을 거라는 프로듀서의 오만함이 빚어낸 작품이라 봐도 될 것 같다.
플래시백은 주인공 하지원의 동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너무 유치하게 등장하고, 뭔가 큰 사건을 휘몰고 올 듯 보였던 십자경은 그냥 뺏고 뺏기는 정도에서 그치고, 청나라에서 온 여자 사신은 그냥 짜증만 내다가 퇴장. 악당 중의 갑이라 할 사현은 그냥 하지원의 폭탄에 사라져 버리니… 남는 건 결국 실없는 말장난과 뜀박질밖에 없는데, 기막힌 타이밍에 내가 정신 줄을 반 쯤 놓아버려서 그럭저럭 볼 만했어. 라고 내가 나 자신을 위로하게 만든 관객을 물로 보는 영화이긴 하더라.
게다가 그렇게 오래 배우생활한 하지원은 참 연기도 안 느네, 강예빈은 작품 참 못 고르네. 그나마 가인이 전문 배우가 아니라서 넓은 아량으로 용서가 되는 정도. <조선미녀삼총사>는 미국의 <미녀삼총사>의 컨셉을 한국식으로 응용해 보겠다는 기획이었겠지만, 안일한 기획은 하지말자. 그래도 정신줄을 반 쯤 내려놓으면 액션은 눈에 들어 오더라는...
개봉 : 2014년 1월 29일
감독 : 박제현
출연 : 하지원, 강예원, 가인, 고창석, 주상욱
'한국영화 > 2010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 홍상수 감독의 변주곡 (0) | 2018.09.11 |
---|---|
관능의 법칙 - 세 여자의 살아가는 이야기 (0) | 2018.09.11 |
끝까지 간다 -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지독한 이선균 (0) | 2018.09.07 |
살인자 - 마동석의 단독주연작 아버지, 살인마 그리고 아들 (0) | 2018.09.07 |
표적 - 조금은 아쉬운 스릴러 (0) | 2018.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