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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감독의 <끝까지 간다> 재미있더라. 한국영화에서 장르적으로 꽤 완성도 있는 작품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옆으로 새지 않고 한길로만 뚝심 있게 몰고 가는 내러티브가 좋더라. 김성훈 감독은 뭔가 메시지를 만들거나, 예술인척 노력하지 않으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고, 이런 탈취장르(?)에서의 일정한 성취를 일궈낸 듯 하다. 부패한 경찰들간의 다툼이라고 할까? 누가 더 부패했나요? 결국 더 부패한 형사는 죽고, 덜 부패한 형사는 쫓겨나는데, 그 덜 부패한 형사는 그 많은 부패한 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의문 부호를 남기고 영화는 끝난다.
한번 보자. 어머니의 장례식날 우연하게 사람을 죽였다고 착각하게 되는 형사의 고군분투. 특히 어머니의 관에 시체를 함께 묻는 장면은 효 사상이 아직 남아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상상하지 못할 불경한 짓이긴 하지만 그럼으로 해서 그 장면이 어떤 경계를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상상하게 했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그리고 이선균이 그 시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세세한 코믹함. 섬세한 액션. 심지어 그동안 도대체 몰입되지 않던 이선균의 연기스타일에 집중도 되더라는. 한마디로 군더더기가 없어서 좋다는 느낌. 받았다. 이후 본격적으로 조진웅이 나타나면서 이어지는 장면들도 스피디하게 전개되어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 해결 부분에서도 충분히 깔아 놓은 복선 덕분에 깔끔하게 느껴졌다.
김성훈 감독이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뷔작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실패한 후 오랜 기다림 끝에 선보인 <끝까지 간다>에서는 뚝심있게 영화를 잘 만들었다. 그가 앞으로도 이렇게 디테일이 뛰어난 웰메이드 오락영화를 계속 만들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할 수 있는 한국영화계가 되면 좋으련만…
개봉 : 2014년 5월 29일
감독 : 김성훈
출연 : 이선균, 조진웅, 신정근, 정만식, 신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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