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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을 보다 보면 그의 영화는 정말 똑같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때마다 새롭게 보이는 게 신기할 정도다. 이번 영화에서는 무엇보다 구도가 너무 안정적이고 편해 보였다. 그냥 로케이션으로 카메라 갖다 놓고 그냥 막 찍은 듯 보일 정도였는데, 그의 영화의 어떤 것들이 이런 편안함을 만들어내는 건지? 내용과 너무 잘 어울리는 촬영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혹시라도 돈 엄청 쏟아 부어 놓고 때깔 좋게 만드는 건지? 물론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어쨌거나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보다 보면 어느새 몰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홍감독, 그 사람의 능력은 정말 인정해야 할 듯 하다. 나는 홍상수 감독이 코미디를 선택하면서 점점 더 그의 영화가 자꾸만 자꾸만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영화는 모리(카세 료)라는 일본인이 권이라는 한국여인을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그가 권에게 보낸 편지가 있는데, 권이 편지를 읽는 것이 영화의 순서가 된다. 그런데 편지 다발을 놓치면서 그것이 뒤죽박죽 섞이게 된다. 영화는 권이 순서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읽는 편지 내용을 따라 뒤죽박죽 보여진다. 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형식에서 좀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권이 뒤섞인 편지를 손에 잡히는 대로 자유롭게 읽어 가는게 좋더라. 그러니까 홍상수 감독이 어떤 계산으로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을까 하면서 의미를 길어 올리려고 애쓰기 보다는 홍상수 감독이 보여주는 그대로 나도 몸을 맡기고 따라가고 싶었다. 그래서 모리와 권이 해피엔딩이 되었는지, 아닌지도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가 않고 말이다. 그저 홍상수 감독이 그렇게 보여주었다면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어졌다.
홍상수 감독은 여전히 친구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지게 만드는 그런 인간 부류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기는 하는데, 그는 이런 인간들이야말로 우리 이웃에 있는 살고 있는 인간의 본 모습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점에서 외국인이 주인공이든 아니든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방인이 바라보는 한국이라는 것에 대한 성찰도 없다. 이방인인 모리 역시 홍상수적 인물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자유의 언덕>을 보면서 홍상수 세계에서 재미있게 잘 놀았다는 생각만 들었다.
개봉 : 2014년 9월 4일
감독 : 홍상수
출연 : 카세 료, 문소리, 서영화, 김의성, 윤여정, 기주봉, 정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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