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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참 괜찮은 영화가 될 만한 내용을 많이 가지고 있는 영화였다. 물론 시나리오에 감독과 배우 및 스탭들이 투입되어 만들어낸 결과물인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괜찮다고 할 만한 내용’을 영상으로 형상화한 후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이다. 부패한 정권에 대한 조롱, 그것을 개선해 보고자하는 민초들의 항쟁이 만들어낸 묵직한 주제에 더해 절절한 사랑의 멜로라인이 있고, 이에 더해 꿈과 희망에 대한 바램이 플롯 전체에 살포시 깃들어 가슴 한 구석 묵직한 울림을 녹여낼 만 한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고 보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괜찮아 보이는 내용을 가지고도 영화가 제대로 된 짜임새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감독 이준익의 연출력을 먼저 탓해야 할 것 같다. 이준익 감독은 <왕의 남자>이후 계속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는것 같다. 솔직히 조금 진부하게 느꼈지만 감동을 만들어내는 데는 성공한 <라디오 스타>에서 시작된 음악 3부작(이건 순전히 내가 붙인 명칭이니 오해 없으시길) 이후 발표한 이 영화는 주제는 동일하게 가지고 가고 스타일은 다르게 가져갔지만 결과적으로는 하향세에 숟가락 하나 더 얹은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이준익 감독은 꿈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즐긴다. 그것은 희망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대체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에서 백지(한지혜)가 몽학을 죽이려는 견자(백성현)에게 결코 몽학을 죽일수 없을 거라는 이유로 든 “너(견자)는 꿈이 없다”라는 대사는 이 영화의 주제를 모두 함축해내는 장면이다.

 

몽학(차승원)과 정학(황정민)은 동일한 꿈을 꾸지만 과정의 방식이 달라 대립하는 것뿐이라 서로 연민의 관계를 형성한다. 한신균(송영창)은 반항하는 아들 견자에게 서자라는 현실에 굴복하지 말고 그것을 타파할 의지를 요구한다. 반면 꿈이 없이 ‘네가 찬성하니 내가 반대한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영화의 리듬을 방해한다 싶을 정도로 코믹화하여 희화화시킨 비전부재의 관리들이 결국 왜세를 이땅에 끌어들이는 결과를 초래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꿈이라는 모티브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건 꿈이 있건 없건 결국은 내부의 분열로 귀결되고 만다는 것이다. 이것은 감독이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알레고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금의 한국에 대한 불신이야말로 안타까운 감독의 심정의 토로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만 마지막 에필로그로 제시된 장면은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 에필로그는 그저 예쁜 화면 한번 더 보고 엔딩 크레딧이나 읽어봐 달라는 읍소의 모양새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들이 영화로부터 뻗어나온 것 같지가 않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가장 안타까운 것이다. 원작은 보지 못햇지만 혹시 이것은 원작의 힘일 것이다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다 보면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더 초라해 보인다. 결국 좋은 내용이지만 짜임새 없는 연출로 인해 빛이 바랬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개봉 : 2010년 4월 29일 

감독 : 이준익

출연 : 차승원, 황정민, 한지혜, 백승현, 김창완, 송영창, 정규수, 류승룡, 신정근, 김보연

        김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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