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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이론이라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았다.

영화속에서 대표적으로 소개되는 평행이론은

링컨과 케네디가 동일한 운명을 타고 났으며

모두 같은 날(시대는 달라도), 같은 시간에 같은 사건으로

죽었다는 가설은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말이다.

더군다나

이런 소재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의 소재로도

안성맞춤인지라 과연 권호영 감독이 얼마만큼

이러한 소재를 가지고 장르에 충실하게 그려냈을까 궁금해진다.

 

일단

영화를 보는 내내 재미있었고 누가 범인일까 이리저리

끼워맞춰보고 과연 결과에서 운명론을 답습할 것인가

아니면 어떤 새로운 결론을 도출해서 관객들을 놀라게 할까?

에 대해서도 궁금해진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그냥 재미있게 봤다는 걸로 만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흥분을 동반하지 않은 재미는 곧 잊혀지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감독이 큰 욕심없이 비교적 장르에 충실하게 만들고 있고

반전도 살짝 예측은 되었지만 깜짝깜짝, 오잉~~~의

재미도 있었으니 그럭저럭 만족.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안이 간질간질 한 부분만 몇마디 더 하자면

우선 미스터리를 쌓아가다 풀어버리는 부분이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된게 아닌가 싶다.

왠지 결말을 위한 결말같은 느낌.

그리고 김석현(지진희)의 운명과 동일하다는 과거 한상준과의 얽힘이

좀 더 명확했으면 싶었다. 시대를 79년으로 설정한 것도

꽤나 흥미로운 일인데, 어쨌든 부드럽지 못했다는 거... 좀 아쉽다.

 

그리고

범인이 그도 아니고 너도 아니고 바로 나였더라는 것을 드러내는

방식의 연출이 비슷한 소재의 다른 영화와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아

영화가 좀 밋밋해지는데 한몫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평행이론은 깨질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

을 살짝 배반해 주시는 평범한 결말은 아쉬움에 기름을 붓는다.



 

권호영 감독은 스스로의 성취에 그다지 욕심을 내진 않은 것 같고

충실하고 안전하게 미스터리 장르의 재현에 중점을 둔 것 같다.

그래서 영화는 평범한 영화가 되었지만 어쨌든

보는 동안 재미있었으면 됐지 뭐... 라고 일단 접으려 했으나

 

하지만 가장 아쉬운 건

성취가 없다거나

결말을 위한 결말을 향한 반전의 활용이라거나

좀 더 미끈하고 새끈한 시나리오를 바랬다거나가 아니라

 

결국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이

과거든 현재든

'육체적으로 부정한 아내'때문이었다는 것일테다.

더군다나 평행이론의 권호영 감독은

정지우 감독이 해피엔드에서 이미 사용한 미장센마저

반복하고 있기 까지 하다.

 

1979년의 부정한 아내는 남편의 출세뿐만 아니라

법조계의 위신까지 망치는 주범이라는 논리는

당대의 가치관에 빗대어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2010년도의 부정한 아내는 남편의 출세를 막는것도

법조계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것도 아니다.

79년엔 한상준의 검사친구 박근형이 그것에 대해 근심했지만

2010년에 김석현의 검사친구 이종혁은 그것에 대해 그다지

근심하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는가?

그것은 이제 단지 개인의 사생활 정도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2010년도 부정한 아내는 사회적인 공분보다는

단지 남편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을 뿐이었던 것 같다.

자존심을 상하게 한 댓가 치고는 참 엄청나긴 하다.

 

권호영 감독은 평행이론이라는 이론에 너무 집착한 것은 아닐까?

좀 다른 결론을 선택해서 평행이론에 맞추어보려는 노력을 했더라면

이 영화는 좀 더 세련되어졌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아쉽게도 영화는 허허실실 그럭저럭 어느정도 모양새를 갖춘 중간은 되는

영화가 되었지만 결말을 좀 더 심사숙고 했다면 더 좋았을것 같다.

 

그런데 재미는 있었다.

재미있게 보고 나서는 "왜 그랬어?"하며 꼬치꼬치 트집잡고 있다...^^


개봉 : 2010년 2월 18일 

감독 : 권호영

출연 : 지진희, 이종혁, 하정우, 윤세아, 박병은, 박근형, 오현경, 정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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