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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엽 감독의 <친정엄마>는 신파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는 영화다.

하지만 감정을 불필요하게 증폭시키면서 인물들을 소진시키거나

약간 억지스런 상황을 만들면서 밀고 당기는 사랑에 속고 돈에 우는

그런 옛스러움(?)을 담은 신파는 아니다.

당연하다.

2010년도 아닌가.

친정엄마는 내용이나 스타일적인 면에서 명절에 TV에서 볼 수 있는

특집드라마와 구별될 만한 차별화를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절제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밖에

없는 영화이기도 할 것이다.

이점에서 갑작스런 감정의 증폭이 아니라 감정을 조금씩 쌓아가는

연출 방식이 친정엄마를 ‘전형적’이다 혹은 ‘신파’다 라는

느낌이 감상을 방해할 정도로 강하게 느껴지지 않게 한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느끼게 되는 이런 감정은 중요한 것 같다.

몰입이라는 부분에서 “뭐야, 어떻게 진행될지 다 보이네” 하면서도

끝까지 볼 수 있게 만드는 힘. 그것이 바로 연출이나 연기의 힘이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사실 김해숙은 차지하고라도 박진희는 그동안 그녀가 보여준

가장 좋은 연기였다고 생각했다.

 

친정엄마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요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처음에는 이 '요즈음‘이 지금이 아니라 90년대 중반쯤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만큼 회상으로 제시되는 지숙의 어린 시절의 공간과 엄마, 아빠의 모습에서

더 먼 과거를 연상시키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이 진짜 작금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때

이 영화가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영화 친정엄마는 이제는 늙은 친정엄마에 대한 이야기인 듯 보이지만

결국엔 어린 딸을 키우는 드라마 작가 지숙의 회상속에 존재하는

어머니의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과거의 모습은 노스탤지어에 기대고 있는

부분이 크다. 그래서 인지 어머니는 70년대 중반에 큰딸을 낳은

어머니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그보다는 좀 더 과거가 투영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아마 지금의 40대 후반이나 50대가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을 만한 그런 시절에 존재했던 어머니의 모습이라고 할까...

그러므로 이렇게 의도적으로 탄생한 어머니라는 캐릭터는 딸과 아들을

출산한 한명의 여성으로서의 엄마라기보다는 절대적 모성을 지닌 탈아적

이미지로만 존재하게 된다.

 

 

이로써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분명해지는 것 같다.

각박해져만 가는 사회속에서 서로서로 타인이 되어 외로워져만 가는

현대인들을 무한히 품어줄 수 있는 휴식처로서의 모성에 대한 그리움의

토로인 것이다. 마지막에 지숙이 “내 딸에게도 어미노릇 좀 해야지”라는

대사는 여성/엄마들이 이렇게 휴식처로 여겨질 만한 모성을 가져줄 것을

바라는 은근한 ‘바램’을 나타낸 것이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세상은 변한다. 그래도 모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품어내는 방식이 변하는 것일 뿐이다.

영화속에서 무뚝뚝한 지숙의 아버지라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부성에 대한 환기가 그것이다.

지숙은 암으로 죽었고, 지숙의 어머니는 시간이 가면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 모성의 그 빈자리에 부성이 함께 하면서

절대적 모성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고속버스 정류장에서 지숙의 딸과 아빠가 같이 서 있고

지숙의 어머니가 버스를 타고 떠나는 그 지점이 바로 모성과 부성이 결합되어

새로운 형태의 모성/부성이 태어나는 순간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성엽 감독의 친정엄마는 전형적인 신파의 굴레에 가둘 수 없는

좀 더 모던한 신파영화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자체가 품고 있는 퀄리티보다 나의 해석이 좀 더 나아갔을 수도 있지만

이런 점이 내가 친정엄마를 재미있게 봤던 이유가 아니었나 생각해 보게 된다.


개봉 : 2010년 4월 22일

감독 : 유성엽

출연 : 김해숙, 박진희, 조영진, 이무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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