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쨌거나 항상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는 김태희가 그럭저럭 좋은 연기를 보였다는 기사를 얼핏 읽어본 것 같기도 하나 이 영화에서 김태희라는 배우는 노력에 비해 여전히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았다. 역시나 오랜만에 출연한 연기력 좀 있다는 양동근도 존재감 제로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경주마들이 돋보이느냐 그것도 아니더라. 하지만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 바로 감독 양윤호다. 단역으로 2~3초 출연했기 때문에? 아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사 하나가 빠진 것처럼 이렇게 엉성하게 보일수도 있구나 새삼 깨닫게 만들어주는 그 연출력 때문이다. 그렇다. 양윤호 감독의 그랑프리는 있을 건 다 있으나 제대로 된 것은 없는 그런 영화였다.
익히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평범한 방식으로 스토리는 진행된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스포츠 선수의 이야기. 하지만 스토리가 평범하다고 해서 감동마저 없으라는 법은 없는데, 양윤호 감독은 감동마저 없애버리는 초절정의 연출력을 과시한다. 영화의 주인공 서주희(김태희)의 역경과 극복과정, 그리고 그녀 주위 인물들의 에피소드는 하나같이 중심이 잡혀 있지 않은 것 같다. 이우석(양동근)이라는 인물은 개그쇼나 펼치다 사라지고, 양만출(박근형)과 고유선(고두심)의 이야기는 왜 쓸데없이 끼어들어가서 영화의 흐름을 방해하는지, 차라리 서주희와 이우석의 스토리에 좀 더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 양보해서 곁가지 스토리를 만들기로 했으면 동기 설정을 좀 치열하게 할 것이지... 주희와 우석의 사랑도, 만출과 유선의 사랑도 하나같이 밍밍해서 공중에 다 휘발되어 날아가 버린다. 제주 4.3항쟁까지 언급하는 무리수를 두며 깊이를 부여해 보려 한 듯 보이지만, 어울리지 않는 옷이 되고 말았다.
결국 주희의 역경 극복과정에 대한 드라마가 밋밋해져 버리니 마지막 그랑프리에서 어렵게 승리를 쟁취하는 주희의 모습도 밋밋해져 버린다. 별볼일없는 연출에다가 편집도 평범하다보니 그랑프리 대회장면에서 스릴이나 긴장감이라고는 없다. 감동은 그야말로 사치다. 이영화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아마 촘촘하지 못하다는 느낌일 것이다. 그런데 정말 있을 건 다 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멋진 장면도 있고, 음악은 익숙한 멜로디지만 웅장하다. 당연히 스타도 있다. 그러나 배우의 존재감이 이렇게 실종되어 버리고,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경주마의 매력이 이렇게 없을 수도 있는 영화는 드물 것 같다.
개봉 : 2010년 9월 16일
감독 : 양윤호
출연 : 김태희, 양동근, 박근형, 고두심, 우현, 이혜은
'한국영화 > 2010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라인드 - 김하늘과 유승호의 볼만한 스릴러 (0) | 2018.09.30 |
---|---|
7광구 - 삼류가 되고 만 괴수영화 (0) | 2018.09.30 |
죽이러 갑니다 - 저예산의 아쉬움이 있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 (0) | 2018.09.30 |
심장이 뛴다 - 김윤진과 박해일의 심장을 둘러싼 모험 (0) | 2018.09.30 |
위험한 상견례 - 지역감정을 웃음으로 녹이다 (0) | 2018.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