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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자연스럽게 셜록 홈즈와 왓슨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탐정과 보조라는 인물구성이 그들만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그늘에서 벗어나기가 힘든 건 아마 셜록과 왓슨이 너무나 유명한 아이콘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영국의 탐정의 이미지는 희미해지는데, 그것은 비단 공간의 변화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일차적으로는 캐릭터들의 성격형성에 일단 성공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만큼 조선명탐정의 탐정(김명민)과 서필(오달수)이라는 인물은 영화를 끌고 가기에 충분히 매력적일 만큼 선명하게 부각된 캐릭터였다. 어쨌든 코믹하고 소심하고 겁도 많은 깨방정 스타일의 탐정은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았고, 특히 무거운 연기를 주로 했던 김명민의 이미지 변신은 그 자체로 꽤나 성공적이지 않았나 싶다. 이와 더불어 오달수는 기존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오지만 오히려 그것이 코믹한 영화의 내용과 잘 어울리는 시너지 효과를 내며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이렇게 영화의 도입부에서 두 주연배우의 코믹한 캐릭터 설정에의 성공과 앞으로 영화를 끌고갈 사건으로서의 미스테리에 대한 복선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살짝 올려주지만, 아쉽게도 영화가 본궤도에 진입하고부터 갈팡질팡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여기서 성공적이라고 할 만한 도입부는 원작자 김탁환으로부터 온 것인지? 아니면 감독 김석윤으로부터 비롯된 것인가에 대해 궁금해진다. 영화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영화의 도입부는 김탁환의 몫으로 돌려야 하지 싶다. 나머지 3분의 2를 차지하는 혼란스러운 부분은 감독의 탓이라고 해두자.

 



앞에서 말했듯 아쉽게도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정조가 공납비리와 연계된 살인사건과 열녀 사건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밀도가 떨어지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먼저 개그같은 대화체나 명탐정과 서필의 좌충우돌 액션장면 등 오락영화로서 재미있게 볼 만한 부분이 많고, 또한 시대배경을 통해 작금의 메타포로 읽을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등 주제적으로 깊어질 수 있는 기초공사를 충실히 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겠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관객들에게 전달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미진했다.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것에 치중하느라, 주제에 치밀하게 다가가지 못했던 듯 싶고. 또 한명의 주인공이라 할 한객주(한지민)의 성격화가 그다지 뚜렷하지 못했던 건 아닌가 싶다. 특히 반전 후의 그녀를 묘사하는 방식이 조신한 조선여인의 모습으로만 그려져, 강한 여장부로서의 한객주의 모습을 연상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그녀가 강인한 여성이었음을 계속 복선으로 밝혀주곤 있지만 두 사람을 연결할만한 고리가 약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불어 서필이 의도적으로 탐정에게 접근했는지 아니면 우연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면 좀 더 친절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서프라이즈를 노릴 반전보다는 인과에 대한 소소한 정보를 충실하게 흘려주는 것이 영화를 더 재미있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은 미스테리적 요소를 치밀하게 살린 영화는 되지 못한 것 같다. 또 하나 감독 김윤석의 존재감보다 원작자인 김탁환의 그림자가 더 짙어 보인다는 것도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라고 해야겠다.


개봉 : 2011년 1월 27일

감독 : 김석윤

출연 : 김명민. 오달수. 한지민. 이재용, 김태훈, 최무성, 예수정, 정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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