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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진짜 미안해> <진짜 진짜> 시리즈의 2탄이다. 임예진, 이덕화 커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전편의 스토리를 이어가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재미있는 건 <진짜 진짜 미안해>는 제목을 <어디선가 송태일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한정아>로 변경해도 될 만큼 임예진은 이덕화가 문제를 일으키는 장소에는 꼭 나타나서 그를 만류한다. 극의 흐름이나 전개가 무색할 정도로 우연성에 기댄 이런 방식은 영화의 구조 자체를 망가뜨리는 결과가 된다. 그리고 관객 입장에서도 아니 어떻게 알고 왔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영화에 몰입하는 데도 방해가 된다.

 

한정아(임예진)는 어린 시절 자신을 구해주고 이마에 상처를 입은 한 남학생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어느날 그 남학생은 고등학생이 된 그녀 앞에 불량청소년 송태일(이덕화)이 되어 나타난다. 전형적인 모범생 정아는 태일을 교화시키기 위해 희생정신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한다. 결국 정아의 마음에 감동한 태일은 착하고 모범적인 청소년이 될 것을 결심한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고난에 빠진 공주를 구해주는 흑기사에 대한 환상을 한정아의 상상을 통해 보여주듯 이 영화는 소녀들의 판타지를 위한 영화라고 스스로 고백한다. 하지만 옛날이야기에서는 흑기사가 공주를 구하지만 현실에서는 공주가 스스로 주체가 되어 흑기사를 구하려고 한다는 게 다르다면 다르다고 할까? 그러나 흑기사를 구하기 위해서는 공주는 누구라도 흠을 잡을 수 없는 완벽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정아는 당시 유신이 강요했던 질서를 스스로 내재화하고 있는 인물이어야 하며, 어느 누구에게라도 모범생이라고 불릴만한 소양을 지닌 청소년이어야 한다. 그렇게 그녀는 누군가를 계도할 자격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결국 그녀에 의해 송태일은 반항에서 순종, 즉 모범생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진짜 진짜 미안해> <진짜 진짜 잊지마>에서 과도하게 설정되어 있던 이성교제에 대한 강박은 없다. 하지만 계도가 주제인 영화이다 보니 모범에 대한 강박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 사실 시키는 대로 하는 모범생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얼마나 편한 것이던가?


개봉 : 1976년 11월 20일 단성사

감독 : 문여송 

출연 : 임예진, 이덕화, 김보연, 이경재, 김지영, 문오장, 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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