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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중반은 그야말로 하이틴 영화의 전성기였다. 이승현, 김정훈, 강주희가 주축이 된 남고생들의 일상을 다룬 얄개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고교얄개>가 개봉되어 흥행에 성공하기 전까지는 임예진과 이덕화 콤비가 주로 출연했던 여고생 취향의 순정만화 같은 스토리의 하이틴 영화가 이미 인기를 얻고 있었다. 1976년 개봉된 <진짜 진짜 잊지마>는 이후 3편까지 제작될 정도로 순정고교 장르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김응천, 석래명 감독과는 반대되는 지점에 바로 진짜 시리즈의 문여송 감독이 하이틴 영화시장을 삼등분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학생이 된 영수는 고교시절 서로 좋아했던 정아를 만나기 위해 목포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있다. 같은 칸에 타고 있는 여고생들의 해맑은 미소를 보며 영수는 정아를 처음 만난 그 시절을 회상한다. 하지만 고교생의 이성교제가 철저하게 금지되던 시절이었던 지라 그들의 사랑은 수많은 난관에 봉착한다. 영수는 형을 따라 서울로 전학가게 되면서 정아와 헤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어 다시 찾은 정아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진짜 진짜 잊지마>는 고교생의 사랑이라는 스토리를 지루하지 않게 순정만화풍으로 잘 끌고 가고 있다. 아기자기한 에피소드가 지금의 관점으로 볼 때 오글거리게 만드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깜찍하게 예쁜 임예진과 잘생긴 이덕화의 로미오와 줄리엣같은 사랑은 당시 여고생들의 판타지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다. 당시 청소년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모범에 대한 집착은 당시의 시대상이라고 하자. 하지만 기어코 모범의 근거를 유신으로부터 끌어올리는 발상에 대해서는 단순히 시대상이라고 치부 하더라도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정아의 아버지가 영수를 쉽게 받아들이는 이유가 군사 지식이 있기 때문이었고, 더군다나 영화의 흐름을 끊으면서 까지 몽타주 된 정아의 교련실습장면을 보면 모범 청소년의 기준은 이런 , 즉 당시 유신을 내면화 하는 것에 있음을 알게 된다. 나아가 영화의 주 관객층이 청소년이었음을 감안할 때 그들은 분명 모범생인 정아와 영수에게 동일시했을 것이니 일차적으로 검열의 압박을 탓하기에 앞서 감독의 의식 부재가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진짜 잊지마>는 재미있는 영화다. 이후 3년 정도 이어질 하이틴 영화붐의 초석이 된 영화로서도 가치가 있는 것 같다.


개봉 : 1976년 2월 14일 허리우드 극장

감독 : 문여송

출연 : 임예진, 이덕화, 김윤경, 문오장, 신구, 김보연, 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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