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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모든 영화가 낮은 퀄리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게중에 몇편은 인상적인 작품이 있는데, 나에겐 <고교 명랑 교실>이 그런 작품이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이전의 얄개시리즈와 특별하게 차별점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이전의 얄개영화들과 비슷한 플롯 구성은 여전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영화는 여타의 김응천 감독의 영화에 비해 유기적으로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모범생, 공부, 근면, 성실 등 타의 모범이 될 것을 강조하는 주인공 승현과 진희의 캐릭터도 모범에 대한 강박을 지나치게 강요하지 않아 보기에 편했다. 삼육이 공부를 해야만 하겠다는 동기 설정도 비현실적이긴 하나 그럭저럭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무엇보다도 <고교 명랑 교실>이 편했다면 그것은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장면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이전의 영화들이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비판하면서도 따라줄 것을 은근히 강요했다면, 이 영화는 모범에 대한 강박을 학생 스스로 체화하도록 하면서 그들의 눈높이에 다가서려는 시도가 있다고 보여진다. 퇴학이나 정학이니 하는 기존의 클리쉐가 여전히 등장하지만 그 장면들이 지나치게 부각되지 않음으로써 이 영화는 비로소 하이틴 영화가 누구를 위한 영화인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물론 이것이 은폐된 목적의 강요일수는 있다. 더욱 교묘해졌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응천 감독의 한계일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은 업그레이드 된 연출은 아닌가 싶은 것이다.
그러나 하이틴 영화는 채 성숙하기 전에 안타깝게도 지고 말았다. 문여송 감독과 석래명 감독은 하이틴 영화에서 손을 놓았고, 김응천 감독은 80년대에도 꾸준했지만 동어반복을 하며 오히려 후퇴하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 <고교 명랑 교실>은 걸작은 아니지만 고교 하이틴 영화의 정점에 썩 어울리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개봉 : 1978년 6월 17일 허리우드극장
감독 : 김응천
출연 : 이승현, 이동진, 이옥미, 임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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