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는 무엇보다도 영상이 아름답다. 비토리오 스토라로의 촬영이 빛을 발하고 있는데, 단순하지만 콘트라스트가 강한 색채의 향연과 흑과 백의 대비등등 시각이 호사를 누리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아르헨티나의 전통춤인 탱고의 아름다움도 무척 진하게 다가온다. 영화 내내 댄서들이 보여주는 탱고의 화려한 춤사위, 특히 섬세한 발동작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탱고의 매력이란 이런 것이로구나 새삼스럽게 느껴본다. 이렇듯 영화 는 영화를 위한 영화라기보다는 탱고를 위한 영화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탱고란 인간의 끈적한 욕망이 만들어 낸 몸짓일까? 제어 못할 격정의 분출일까?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은 내러티브 마저 사랑하고 헤어지고 갈구하는 인간의 모습을 내세움으로써 탱고라는 춤이 몸짓으로..
데이빗 앤스포 감독의 는 1950년대 초반 미국 인다아나주의 작은 농촌의 힉코리 고등학교의 농구부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디아나주의 챔피언이 되는 과정을 담은 스포츠 영화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점은 이 영화가 욕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스포츠 영화 장르의 공식에 맞춰 기승전결을 구성하고 뚝심 있게 밀고 가는 리듬이 좋았다. 전형적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전형이 에는 너무 어울렸고 전체 영화를 살려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잠시 길을 돌아 비슷한 소재의 한국영화 를 생각해보자. 이 영화도 무척 재미있는 영화였고, 기승전결의 구성이 좋았던 영화였지만, 당시 유신의 한국적 상황에서 한계일수도 있겠지만, 무리하게 삽입한 (물론 실화라 실제로 있었던 일이겠지만) 박정희 대통령과의 만남에피소드가 리듬을 깨뜨리고 마는 오..
기노시타 게이스케 감독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가슴 한 구석에 바람 한줄기 지나갈 길을 만드는 것 같다. 영화가 끝나면... 스산한 바람 한줄기 휙~~ 하고 지나간다. 감성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군국주의가 한창이던 1944년 군 홍보영화처럼 만들어 놓고는 보고 났더니 반전의 메시지가 조용한 폭풍처럼 달려드는 영화가 바로 이다. 이 영화를 만든 이후 기노시타 감독은 활동에 제약을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기노시타 게이스케 감독은 일본인이라고 불리며 일본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따뜻한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들이 일본이라는 땅에서 칼의 역사를 살아냈다는 것. 그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비극을 가슴에 품는 법을 터득해 냈다는 것을 존중한다. 하지만 안타..
기노시타 게이스케 감독의 영화는 영상자료원의 에서 본 44년작 과 59년작 두편밖에 보지 못했지만, 꽤 서정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구나 싶었다. 군국주의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기에 시침 뚝 떼고 만들어낸 반전영화 은 흥분하지 않고 조용, 조용 전쟁의 광기가 어떻게 일본인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갔던가를 이야기 하고 있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그리고 신파 멜로드라마라고 할 을 보면서도 일본의 시골 풍경이 우리나라의 풍경과 무척 흡사하구나 생각하면서, 그 쓸쓸한 늦가을의 풍경속에 고즈넉하게 젖어오는 정조나 부모님들이 젊은시절 찍은 칼라사진의 색조를 닮아 있는 촬영, 그리고 체념을 넘어선 쓸쓸한 표정의 인물들을 보노라면 왠지 모를 서글픔이 가슴 가득 와 닿는 그런 영화였다. 하루코는 소작인의 딸이지만 지주의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는 내가 본 그의 영화중에서 가장 편하게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 전의 영화가 이란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을 밑바탕에 깔고 있어 좀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면 는 역시 다른 나라가 배경이긴 하나 다루고 있는 주제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것이어서 부담을 좀 덜었던 것이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라는 나라와 공간이 중요한 영화는 아니다. 세계 어디라도 상관없는 것이다. 즉 공간보다는 주인공인 줄리엣 비노쉬와 윌리암 쉬멜이 전경에 배치된 후 보여지는 중경과 후경의 미장센과 엑스트라들이 더 중요한 영화인 것이다. 진짜 같은 복제품이라는 원제가 암시하듯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부부행세를 하는 가짜를 통해 삶 혹은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일까에 다가서려는 시도를 한..
짱구는 못말려를 처음 알게 된 건 90년대 초반쯤 만화책을 통해서였던 것 같고.짱구는 못말려를 재미있다며 잠깐 봤을 때가 아마 2000년대 언제쯤공중파 TV에서 였던 것 같고.웃음을 참지 못하고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렀으니 어언~~ 벌써 10년이나 흘렀다.하지만 짱구가 케이블로 옮겨간 후에는 리모콘으로 채널돌리기 운동중에 간간히안부인사나 하는 것이 고작일 정도로 서먹서먹해졌다.그러다가우연히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18편을 보다가 빙그레 웃고 말았다.오랜만에 만난 신노스케군, 아니 짱구군. 여전히 재미있게 살고 있구나... 극장판이라고는 해도 TV판과의 차이는 별로 느끼지 못했다.다만 90분으로 늘어난 시간에 걸맞게 스케일이 좀 커졌다고 하나..그것도 뭐, TV판의 롱버전이라고 해도 상관은 없을 정도였다. 극..
이상하게도본 아이덴티티를 보고 있으면 외로움이 느껴지고 쓸쓸해진다.나는 제이슨 본의 그 고독이 안타깝다.그래서이 한 장면이 내내 가슴에 남아 짙은 여운을 만든다.그리고이 장면은 본 아이덴티티라는 멋진 액션 영화의모든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늦은 밤, 혹은 새벽. 저 멀리 가로등 불빛만이 고즈넉한 거리에얇게 쌓여 있는 눈. 그리고 그 위로 나있는 발자국들.그것은제이슨 본이 걸어온 흔적일까?아니면 이미 지나간 누군가의 흔적을 보고 있는 것일까?그 흔적은그의 목숨을 위협하는 추격을 허락하는 것이며,또한 그가 찾아야 할 identity를 향한 재촉이다.어쩔수 없이쫓아야 하고 쫓겨야 하는 자의 운명이다.누가 그 길을 동행해 줄까?
여인의 향기를 다시 보니 예전보다 더 재미도 있고 감동적인 면도 있었다. 단순히 산다는 것 자체, 즉 삶에 대한 의미와 그에 더해 양심이라는 문제, 즉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가하는 문제까지 여인의 향기는 씨줄과 날줄을 적절히 엮어가며 인생에 대한 작은 성찰의 기회를 적절한 드라마로 제공해주지만 그 향기를 걷어내면 글쎄... 두 번째 감상에서 난 마냥 좋아라 할수만은 없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퇴역장교 프랭크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그 이면에 감춰진 어떤 것이 있지 않을까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이 영화가 걸프전 직후 만들어진 영화라는데 주목했다. 노골적인 군사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늙은 중령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인생과 양심에 대한 의미를 군장교를 통해 들으면서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