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연히 부베의 연인의 그 유명한 연주곡을 듣게 되었는데, 무척 좋았다. 영화도 한번 챙겨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리뷰를 찾아보니 마라와 부베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라는게 대부분이다. 영화는 무척 재미있게 보았고 적재적소에서 변주되는 음악 역시 무척 좋았다. 하지만 마라의 지고지순한 순정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녀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부베에 대한 마라의 행동은 사랑이 아니라 의무감에서 비롯된 희생이라고 느껴졌다. 부베에 대한 그녀의 희생이 그녀의 행복을 14년 뒤로 -영화 속에서는 이미 7년이 지났으므로 7년만 더 참으면 되겠지만- 유보하고 있는 그 상황을 그저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감동만 받고 있기에는 조금 아쉬웠다. 혹시 그 감동이 그녀의 ..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감독의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이중성에 관한 이야기로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이중성이란 선과 악, 평안과 공포 같은 의미로서 하나의 사물안에 동시에 존재하는 양면성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양면성을 이루고 있는 경계의 표출은 순간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다시 말해 눈깜짝할 사이보다도 더 짧은 한 찰나에 불과한 시간동안 경계는 허물어지고 의미는 뒤바뀔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먼저 영화의 도입부를 보자. 아주 평온해 보이는 도로위에 카우보이가 탄 자가용 한대와 트럭이 서로 엇갈려 지나친다. 자가용에서 바라본다면 트럭은 아주 위협적으로 보일 것이다. 이렇듯 평화로움 속에 위협은 항상 공존한다. 이런 의미는 다음 씬인 편의점안에서 보다 명확해진다. 정말 평온하기 이를데 없어 보이는 편..
팀 버튼의 배트맨을 거의 20년만에 다시 보면서배트맨이라는 코믹북의 탄생이 언제였는가가 먼저 궁금해진다.배트맨이라는 멋지고 재미있으면서도 복합적인 감성의캐릭터가 만들어진 1939년. 아니 그 즈음을 아우르는 그 시기.어쩌면 30년대를 통틀어서 미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는미국인의 생각이 어떤것이었을까가 살짝 궁금해지지만일단 그건 접어두고, 우선 팀 버튼의 배트맨과 코믹북의 배트맨을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 생각해본다. 그렇다고 완전한 분리를 떠올리는 건 아니다.팀 버튼의 배트맨이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닌 이상,1939년 이후 TV와 영화를 아우르며 나타났던 그 이미지들의 북새통이야말로팀 버튼의 배트맨을 위해 양분을 제공하고 있었을 테니까.더군다나 1989년 태생의 팀 버튼의 배트맨에 대해..
짐 자무시의 영화는 나와 핀트가 좀 안맞다고 늘 생각했다.도통 그의 영화에 남들만큼 열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천국보다 낯선은 내용은 저 만치 떠나가며 이미지만 남겨놓았고,그 외 지상의 밤은 수다속에서 길을 잃었고부산영화제에서 본 데드맨은 그냥 잠들어버렸다.브로큰 플라워는 물라테 아스타케의 음악만 남아 있다.그 외는 찾아볼 생각도 안하는 감독이 바로 짐 자무시인데...1999년 작품 에서야 비로소 아주 큰 인상을 받았다.이제 다시 짐 자무시의 영화를 본다면 좀 더 새롭게 받아들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각설하고왜 지금 사무라이일까?이제는 사라진 일본의 전통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아마도 그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근심인 것 같았다.사무라이가 주군을 대하는 방식은 죽음을 ..
유명한 서부극 셰인을 이제야 봤는데 기존의 서부극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 다름이 뭘까 궁금해져서 일단 내 나름대로 한번 분석해 보기로 했다. 한명의 서부 사나이가 공동체로 흘러 들어와서 그 공동체를 위협하는 악을 처단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는 익숙한 패턴은 영화 에서도 반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짝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영화 이 설정하고 있는 시간. 즉 셰인과 인물들이 발딛고 있는 공간과 시대였다. 그들이 머물고 있는 시간은 과거와 미래가 교집합으로 교차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개척으로 상징되던 서부시대의 종말을 의미하면서 나아가서는 인식의 변화, 즉 패러다임이 서서히 변해가고 있는 혼돈의 시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스타렛과 라이커의 대립..
원제가 IN HER SHOES인 이영화는 잘 나가는 변호사 언니와 별 재능도 없으면서 얼굴 하나 믿고 연예인을 꿈꾸는 동생의 이야기로 자매애를 다루고 있다. 사는게 재미없는 언니 로즈는 무료한 일상의 탈출구로 화려한 하이힐을 사 모으는 취미가 있다. 그러나 이 하이힐은 로즈에겐 장식품에 불과하다. 반면 철없는 동생 메기는 언니에게 빌붙어 살고 있으며 로즈가 애지중지하는 하이힐을 신고 나가 늘 굽을 부러뜨리곤 한다. 로즈와 메기는 조금씩 서로가 필요로 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런 점을 서로 나누는 과정을 2시간동안 보여주고 있다. 옷장 뒤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보관되어 있는 하이힐은 로즈의 폐쇄적인 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동생 메기는 로즈의 힐을 자주 부러뜨리고 풍선껌으로 붙여 놓는..
알민이라는 남자는 어느날 갑자기 불임 판정을 받는다. 그것도 선천적이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에겐 이미 15살이나 된 사랑하는 아들이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아내 모니카는 이미 10여년 전에 죽고 없다. 새로운 여자친구는 옛 아내의 베스트프렌드. 뭔가 알고 있는듯 한데 말하려고 하질 않는다. 알민은 혼자 아들의 진짜 아버지를 찾아보기로 한다. 네덜란드 영화인 은 성이 자유로운 유럽, 특히 더 개방적이라는 북유럽의 상황에서 나올 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알민은 자신과 모니카가 결혼하기 전, 아내가 만났던 남자들을 찾아다닌다. 그 남자들 중에는 알민의 친구들도 여럿이다. 하지만 결혼 이전의 남자관계는 알민에게 별 의미는 없다. 단지 모니카가 알민과 결혼후에도 다른 남자를 만났는가의 여부가 중요하게 ..
클로이를 보는 동안 드는 생각은 이랬다.“그저 그렇네.”아톰 에고이얀이 만든 영화가 맞는거야 할 정도로 평범해 보였다.그의 진가를 처음으로 확인했던 게 93년쯤에 에로영화인 줄 알고빌려봤던 였고, 마지막으로 본 그의 영화가 거의 5년전에본 였으니,이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미국자본이 끼어들면 영화가 이렇게 평범해지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그만큼 이름값에 못 미치는 평작처럼 느껴진게 사실이다. 그런데영화가 끝날 무렵클로이(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자살하기로 결심하는 장면에서부터추락하는 슬로우모션을 따라썩 훌륭하게 연기했다고 생각되진 않았지만어쨌든 아만다 사이프리드의슬픔 가득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리고남편의 사랑을 확인하고 자신을 괴롭히던 클로이가 사라져버린 상황에서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