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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유럽영화

탱고 Tango

구름2da 2018. 9. 1. 17:04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탱고>는 무엇보다도 영상이 아름답다. 비토리오 스토라로의 촬영이 빛을 발하고 있는데, 단순하지만 콘트라스트가 강한 색채의 향연과 흑과 백의 대비등등 시각이 호사를 누리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아르헨티나의 전통춤인 탱고의 아름다움도 무척 진하게 다가온다. 영화 내내 댄서들이 보여주는 탱고의 화려한 춤사위, 특히 섬세한 발동작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탱고의 매력이란 이런 것이로구나 새삼스럽게 느껴본다. 이렇듯 영화 <탱고>는 영화를 위한 영화라기보다는 탱고를 위한 영화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탱고란 인간의 끈적한 욕망이 만들어 낸 몸짓일까? 제어 못할 격정의 분출일까?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은 내러티브 마저 사랑하고 헤어지고 갈구하는 인간의 모습을 내세움으로써 탱고라는 춤이 몸짓으로 대체된 인간 본능의 대화임을 나타내려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그 본능속에 내재해 있는 자유에 대한 갈망 역시 탱고의 것임을 분명히 한다. 영화가 느슨하게 풀어내는 인물들의 사랑과 질투에 뒤이어 고야와 아르헨티나의 군부를 개입시키는 부분을 통해서는 억눌러도 다시 피어나는 민중의 힘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아르헨티나 군부가 고문의 비명소리를 탱고음악의 볼륨을 높여 감추려 했다고는 하지만 건강해 보이는 민중의 모습을 통해 탱고가 독재자가 아니라 민중의 몸짓이었음을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은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스타일적으로 영화 <탱고>는 무엇보다도 탱고라는 춤 자체에 집중한다. 더불어 탱고라는 춤의 의미도 두레박으로 길어 올리는데 성공하고 있다. 화려한 영상이 보여주듯 탐미의 극치인 탱고라는 춤사위 속에 민중의 사랑과 고통과 행복과 자유가 숨어 있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역시 거장의 느낌은 이런 것일까? 그저 가볍게 휘저었을 뿐이지만 그것이 만들어내는 바람은 강렬하다. 단순해 보이는 사랑이야기 속에서 탱고와 인생과 역사마저 끌어안게 만드는 힘. 화려한 색감이 따로 놀지 않고 극 속에서 제대로 분출하는 그 느낌... 이것이야말로 거장의 손길이리라. 멋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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