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빈은 영화와 TV드라마에서 가장 대중적인 캐릭터중의 하나다. 그동안 배우만 다를 뿐 비슷한 내용의 영화와 드라마는 끊임없이 만들어졌고, 또 대부분 흥행이나 시청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하긴 같은 내용임에도 볼 때마다 재미를 느끼고 몰입하게 되는 걸 보면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장희빈이라는 여인의 삶이 그만큼 드라마틱 하긴 한가 보다. 1968년에는 명장 임권택 감독도 장희빈을 소재로 영화로 만들었다. 제목에 요화라는 단어를 사용해 좀 더 강한 인상을 부여하고 싶었던 듯 짐작되지만 영화 자체는 조금은 평범하게 진행되는 편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장희빈에 대해 딱 그만큼의 정보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므로 영화 을 통해서는 재미있는 대중영화를 만들어 흥행을 하겠다는 것 외에 임권택 감독의 야심..
박영환 감독의 1958년 작품 는 며느리의 설움이라는 악극을 영화화 했다. 이미 1949년에 황정순을 주연으로 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작품이 두번째 영화화다. 는 한마디로 신파극이다. 이러한 신파 스토리는 50년대의 많은 멜로드라마가 차용하고 있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박영환 감독의 는 요즘의 시선으로 단순히 신파라고 치부하고 무시해버리기에는 아까운 영화다. 비극이 비극을 몰고 오며 주인공을 압박하고 눈물로 지새우는 구조는 똑같다. 하지만 이런 신파를 구원해내고 있는 것은 촬영의 아름다움이다. 50년대 영화라고 하기에는 촬영이 너무 깔금하고 좋았다. 박영환 감독이 촬영으로 영화 경력을 시작했고, 이 영화에서 감독뿐 아니라 촬영까지 직접 해냈다는 것이 아름다운 그림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
양주남 감독의 36년작 미몽은 현재 필름이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유성영화다. 2008년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안종화 감독의 가 공개되면서 最古영화 타이틀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유성영화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영화이니 그 의미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닌 것 같다. 한국최초의 발성영화인 춘향전이 발굴되지 않는 이상 유성영화 최고의 타이틀은 아마도 지속되지 않을까? 미몽은 여러 가지 흥미로운 점이 많은 영화였다. 우선 일제 강점기 시기의 근대화된 서울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좀 편집이 필요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길게 보여주는데, 이는 아마 서울의 모습을 상상하는 지방의 관객들을 배려한 것은 아니었을까?(제작자 속마음, 이정도 구경거리면 안보고는 못 배기겠지?^^) 사실 최인규 감독의 집없는 천사를 보면서..
박제현 감독의 , 하도 입소문이 흉흉해서 보기 전에 “도대체, 어떻길래?”라는 생각을 했다. 일단 종횡무진 액션과 개그로 버무린 스토리 구성이 낙제점으로 생각되긴 해도, 즐길 수 있는 부분은 있었다. 특히 벽란도 시퀀스에서의 액션과 마지막 장면에서 하지원이 연 같은 것을 타고 날아가는 장면은 좋더라. 그러니까, 이 영화에 기대한 것이 없었는데, 의외로 이런 신나는 액션이? 이런 느낌. 대놓고 미국영화 에서 모티브를 따 온 이 영화는 역시 감독의 연출이 실종된 프로듀서용 영화라고 해야 하겠다. 감독은 그냥 고용되어 이렇게 찍어, 저렇게 찍어 하면 그냥 “네, 네, 사장님” 했을 것 같은 연출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흥행에 왕창 실패했다. 색보정으로 만든 때깔 좋은 화면과 거의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액..
이름도 예쁜 장 밥티스트 안드레아와 파브리 카네파의 연출작 더 로드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기 위해 외갓집으로 가던 가족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공포를 그리고 있다. 좀 더 빨리 가기위해 지름길로 들어선 그들이 타고 있는 차에는 운전중인 아버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 새침때기 딸과 그녀의 남자친구, 건들거리는 아들이 타고 있다. 어디로보나 평범한 중산층 가족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킬 뻔 한 그 순간부터 길은 계속 반복되며 출구를 알수가 없고 그들은 하나씩 죽어나가고, 또한 각자 가지고 있던 비밀을 쏟아낸다. 아들은 마약쟁이였고, 딸은 임신중이며, 아내는 아들이 남편친구와 바람피워 낳은 아들이라고 말한다. 결국 아버지는 자신이 만들었다고 생각한 행복한 가정이 사실은 형편없..
나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뮤지컬 말이다. 하긴 기억을 떠올려 보면 초등시절 7인의 신부를 보면서 너무 재미있어서 잠도 자지 못했었다. 그러고 보면 이런 일도 있었다. 예전에 회사 퇴근 후 그냥 시간이나 때우기 위해 혼자 회사 근처에 있던, 지금은 없어진 스타식스 정동이라는 극장에서 혼자 봤던 니콜 키드만과 이완 맥그리거가 출연한 물랑루즈를 보다가 하마터면 대형사고를 칠 뻔했었다. 영화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배우들과 같이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엉덩이에 힘주느라 힘들었던 기억도 있네?^^ 그날 엉덩이가 절로 의자에서 일어나 마구 마구 흔들리는 모습이 화면과 오버랩 되는 걸 상상하며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봤었다. 옛날 스..
옛날 한국영화를 보면서 종종 유치하다는 인상을 받곤 하지만 그 유치함이 친근함에서 비롯되는 경우이다 보니 항상 즐겁게 보곤 한다. 그런데 뜬금없이 이렇게 리뷰를 시작하는 이유는 76년 이원세 감독의 작품 를 보면서 조금 유치해보이긴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친근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당대의 미녀로 유명한 정윤희 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웠을 20대 초반에 출연한 작품속에서 정윤희는 아직 가다듬 어지진 않았지만 매력을 감출 수 없는 미모가 돋보이고, 당대의 미남으로 유명한 하명중이 서글서글한 모습으로 등장해서 역시 좋아보이는 영화가 목마와 숙녀였다. 그럼 우선70년대 중반의 연인들은 어떻게 데이트를 했을까?허허실실 그저 잘 웃고 약간 수줍음도 있지만 그래도 뚝심있는 사나이 상규(하명중)착하고 발랄하..
아마 고영남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만든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장르를 만들기도 했지만 몇 작품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그 수준이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걸작이라고 불릴 만한 를 비롯해 가끔 완성도 있는 작품을 개봉하곤 하는데, 81년에 개봉된 는 약간 아쉬움은 있지만 한국 공포영화사의 걸작이라고 해도 될 만큼 재미있고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여주인공 선희의 내면에서부터 발생한 공포를 만들어내는 방식도 인상적이고, 시각적으로도 꽤 쇼킹한 장면이 많았다. 스탠리 큐브릭의 을 베낀 한 장면은 그냥 허허실실...^^ 나비채집을 위해 자주 집을 비우는 강유진(윤일봉)에게는 아름다운 아내 선희(김영애)와 딸이 있다. 남편이 수집한 나비의 슬라이드를 보는 도중에 하얀 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