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박영환 감독의 1958년 작품 <촌색씨>는 며느리의 설움이라는 악극을 영화화 했다. 이미 1949년에 황정순을 주연으로 <청춘행로>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작품이 두번째 영화화다. <촌색씨>는 한마디로 신파극이다. 이러한 신파 스토리는 50년대의 많은 멜로드라마가 차용하고 있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박영환 감독의 <촌색씨>는 요즘의 시선으로 단순히 신파라고 치부하고 무시해버리기에는 아까운 영화다. 비극이 비극을 몰고 오며 주인공을 압박하고 눈물로 지새우는 구조는 똑같다. 하지만 이런 신파를 구원해내고 있는 것은 촬영의 아름다움이다. 50년대 영화라고 하기에는 촬영이 너무 깔금하고 좋았다. 박영환 감독이 촬영으로 영화 경력을 시작했고, 이 영화에서 감독뿐 아니라 촬영까지 직접 해냈다는 것이 아름다운 그림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깨끗한 촬영이 만들어 내는 정서는 촌스럽다는 느낌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인상적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무척 좋다.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모진 구박을 감내하다 결국 정신병에 걸리는 며느리를 연기한 최은희는 같은 해 개봉된 <지옥화>의 팜므 파탈 쏘냐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청순가련한 여인상을 잘 표현한다. 무엇보다도 영화에서 그녀는 아름다웠다. 우유부단한 남편을 연기한 이민과 표독한 시어머니를 찰지게 연기한 석금성, 시누이역의 김유희도 제 몫을 단단히 해 낸다. 좋아하는 배우중의 한명인 성소민도 모처럼 비중 있는 역을 맡았다. 또 한 명. 인상적인 배우는 바로 이대엽이다. 그는 58년에 데뷔했는데, 항상 근엄한 모습만 보다 앳 되 보이기까지 하는 모습으로 기타를 퉁기는 모습은 아주 신선했다. 경상도 억양으로 연기하는 걸 보고 있으니 아마 직접 녹음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쉽다면 아쉬운 점도 있다. 이봉래 감독이 각색한 시나리오는 촌스럽다는 느낌이 없을 정도로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를 마무리하는 갑작스런 화해는 좀 어색하다. 이런 방식은 예전 한국영화를 볼 때 마다 간간히 느끼는 고질적인 문제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1시간 50분 동안 구구절절 이어지던 오해가 갑자기 10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와르르 해결되는 방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낡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영화는 재미있게 보았다



개봉 : 1958년 12월 19일 국제극장

감독 : 박영환

출연 : 최은희, 이민, 석금성, 김유희, 성소민, 김동원, 도금봉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