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감독은 을 만든 1967년에 무려 10편의 영화를 만든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kmdb 참고). 1년에 10편이면 1달에 한 편 정도 영화를 찍은 것이 된다. 그렇다고 영화들이 대충 날림으로 만들지도 않았다. 67년에 만든 영화 중에서는 , 등과 같은 그의 대표 걸작들이 포진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단한 집중력이다. 이건 그야말로 영화를 위해 개인의 삶을 포기했다고 봐야 할 정도다. 그야말로 예술이면 예술, 오락이면 오락. 거의 모든 작품에서 그는 점점 원숙해지는 것 같다. 은 예술성보다는 오락성을 위주로 만든 작품처럼 보인다. 영화의 초반에 나오는 석구(신성일)의 회사 서류탈취 시퀀스부터 시선을 붙잡는다. 신성일이 지붕위를 걸어오며 회사에 침입하고 서류를 훔치고 경비원과 격투하는 시퀀스, 수직의..
1966년에 로 세련된 청춘 멜로드라마의 장을 열었던 정진우 감독. 그가 1년 후 다시 한번 세련(?)으로 무장한 영화를 발표했는데, 바로 이다. 여기서 세련이라 함은 당시의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모습이라 할 고리타분한 대사를 읊조리는 느린 전개로 신파적인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그렇고 그런 영화들과는 일정 부분 차별화시켜보려는 나름대로의 연출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은 자연스럽게 쌈박한 대사를 읊조리는 빠른 전개로 신파에서 탈피한 영화가 되어야 마땅하겠지만, 스타일적으로야 세련되어 보인다고는 하나 와 같은 성취에는 도달하지 못한 영화구나 하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썩 재미를 느끼지도 못한 편이고 말이다. 아마 60년대의 한국사회는 지금보다 더, 더, 더, 서구사회에 대한 동경이 강했을 것이다. 여..
1969년 개봉한 박종호 감독의 는 당대의 시각에서 파격적이라 할 만한 여성 주인공을 내세우는 동시에 대담한 노출과 러브씬의 묘사 등 외설시비를 불러일으키며 파문을 만든 영화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에겐 무엇보다도 이나 여타 영화를 통해 대표적인 청순가련형 여배우의 대명사였던 문희의 색다른 변신이 더욱 흥미로운 영화이기도 하다. 여대생인 미지(문희)는 약혼자인 성민(남진)이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성불구가 된 것을 알고 방황하던 중 병원에서 만난 허사장(남궁원)과 육체적 관계를 갖게 된다. 성민과 허사장 사이에서 정신적 사랑과 욕망에 대해 갈등하던 미지는 두 사람과 모두 이별하며 홀로서기로 결심한다. 이 영화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주인공이기도 한 미지라는 여성 캐릭터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자신의 행동..
한국의 명배우 최무룡이 감독한 은 그의 15번째 연출작이다. 그리고 내가 본 유일한 그의 연출작이다. 그러나 배우로서의 최무룡은 명배우이나, 감독으로서의 최무룡은 영 젬병이 아닐까 싶다. 무려 15번째 작품이지만, 건질거라고는 문희의 발랄함, 김창숙의 세침떼기 연기, 신인여배우 유미의 얼굴정도라고 할까? 연출이라고 할만한 것이 영~~ 없다. 영화는 지나친 우연성과 작위적 설정, 개연성 없는 인물의 급작스런 심리변화 등 정신이 하나도 없는 종횡무진(?)이다. 부모가 없는 고아여서 등록금 낼 돈을 구하기 위해 술집에서 기생으로 일해야만 하는 고달픈 인생으로 등장하지만 화려한 아파트에 살고 옷은 거의 패션쇼를 방불케 한다거나, 기생을 자신의 딸로 생각한다며 스폰서를 자청하는 사장도 비현실적이긴 마찬가지지만, ..
음... 그러고 보니 정창화 감독의 이름값에 비해 본 영화가 거의 없다는 걸 새삼 알았다. 홍콩 진출 첫 작품 를 봤으나 조금 실망했었고, 여전히 은 보지 않고 있고, 예전 EBS에서 해주는 영화들 중 몇 장면만 본 것이 전부더라는 것. 그래놓고는 정창화 감독이 과대평가 된 건 아닌가 하는 경망스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던 것. 일단 죄송합니다. 감독님. 왜 이렇게 유난을 떠는고 하니 작정하고 본 그의 영화 중 한편인 1966년 작품 이 무척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60년대라는 시대를 생각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세련된 영화라는 생각이다. 재미있는 대중영화를 지향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탄탄한 주제의식도 가감 없이 드러냄으로써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어 더욱 정창화 감독의 연출력이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할 ..
신상옥 감독의 은 안타까운 사랑이 있는 재미있는 멜로드라마다. 조선에서 태어났다는 카지야마 토시유키의 원작을 각색했다고 하는데, 이 영화에서 오영일이 연기하고 있는 노구찌가 아마 그의 분신같은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태어난 노구찌(오영일)는 일본인이라는 우월감이 없는 여학교의 미술선생이다. 그는 조선을 자신의 고향으로 여기며 조선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으려고 하는데, 어느날 독립운동을 하는 동호(이대엽)을 숨겨준 후, 그의 소개로 한국 전통춤을 추는 영순(문희)을 만나게 되고, 이후 한국 춤의 매력에 빠져들며 영순을 사랑하게 된다.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점이라면 인물들을 전형적인 조선인, 일본인이라는 이분법으로 그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있었을 법한 다양한 인물군상..
제1세대 트로이카인 문희, 윤정희, 남정임이 같이 출연한 영화라서호기심에 불을 댕긴다.그녀들의 미모 대결, 연기 대결이 어떨지도 무척 궁금하다.그녀들의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던 시절이라 분량은 어떻게적절하게 조정했는지, 과연 카메라는 누구에게 더 관심을 보일까까지 시시콜콜 궁금한 것도 많다. 일단 스토리는독신녀 클럽의 열혈 회원인 3명의 친구 문희, 윤정희, 남정임이유명한 바람둥이인 신성일을 혼내주기 위해 작전을 짜다가오히려 신성일의 작전에 넘어가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인데,꽤 코믹하면서 재미있다. 결혼교실이 만들어내는 재미는 2가지라고 할 수 있다.먼저, 신성일이 세 여배우 중 과연 누구를 선택할까에 대한 관심이것은 세 여배우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겠지만또한 그녀들의 팬들이 궁금해하는 요소이기도 ..
유현목 감독이 1967년에 발표한 막차로 온 손님들은 통금을 앞두고 택시를 잡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동민(이순재)이 술에 취해 정신없이 헤롱헤롱 거리고 있는 보연(문희)을 보고 차마 거리에 내버려두고 갈 수가 없어 자신이 겨우 잡은 택시에 동승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 곳 몰라 하는 그녀를 결국 자신의 집 소파에 재우게 되는 스토리로 시작한다. 여기에 동민의 병을 고쳐보려는 의사 친구 경석(성훈)과 부유한 남편의 재산을 상속받았지만 재산을 노리는 주위사람들에게 시달림을 받고 있는 나이롱 정신병환자 세정(남정임). 가난하게 살다가 일본에서 얼떨결에 졸부가 되어 돌아온 친구 충현(김성옥)이 물쓰듯 돈을 쓰고 다니는 이야기가 보태지면 1967년도의 사회상이 얼핏 보이기 시작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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