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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배우 최무룡이 감독한 <지하여자대학>은 그의 15번째 연출작이다. 그리고 내가 본 유일한 그의 연출작이다. 그러나 배우로서의 최무룡은 명배우이나, 감독으로서의 최무룡은 영 젬병이 아닐까 싶다. 무려 15번째 작품이지만, 건질거라고는 문희의 발랄함, 김창숙의 세침떼기 연기, 신인여배우 유미의 얼굴정도라고 할까? 연출이라고 할만한 것이 영~~ 없다.

 

영화는 지나친 우연성과 작위적 설정, 개연성 없는 인물의 급작스런 심리변화 등 정신이 하나도 없는 종횡무진(?)이다. 부모가 없는 고아여서 등록금 낼 돈을 구하기 위해 술집에서 기생으로 일해야만 하는 고달픈 인생으로 등장하지만 화려한 아파트에 살고 옷은 거의 패션쇼를 방불케 한다거나, 기생을 자신의 딸로 생각한다며 스폰서를 자청하는 사장도 비현실적이긴 마찬가지지만, 악역을 자처하던 사장의 딸이 아무런 설명 없이 문희와 김창숙, 유미를 돕는 천사표로 돌변하는 것은 단 한컷으로 처리해버리는 것은 거의 폭풍급의 실소를 동반해버린다. 이 얼마나 대단한 속도감(?)이자 점프컷이란 말인가... 이렇게 편집하여 관객앞에 내 놓을 수 있다는 것에 거의 경이감이 들 정도. 물론 이런 한국영화가 한두편은 아니지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재미가 있더라.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있다더니 욕하면서 보는 영화도 있다. 

 

알려진 바로는 탄탄한 소설을 원작으로 가지고 있는 영화라고 한다. 그러나 여대생 기생이라는 소재만 취한 듯 깊이를 부여받지 못한 캐릭터들과 인과를 무시한 스토리 전개는 시쳇말로 요즘의 4차원이라는 말을 능가하여 5차원이라도 해도 어울릴 정도다. 그래도 그 시대만의 재미있는 장면이 있는데, 고등학교의 규율부처럼 여대엔 풍기반이라는 게 있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그 시절에 존재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풍기반이 김창숙을 퇴학시키기 위해 현장조사를 나왔을 때 막아서는 문희와의 엎치락 뒤치락하는 짧은 장면에서 많이 웃었다. 그리고 역시... 마지막 장면은 모든 갈등이 눈독듯 사라지고 행복한 결말로 순식간에 바뀐다. 역시 요즘 감독은 절대 흉내내지 못할 속도감(?).

 

아~~ 현실도 단 한 컷으로 인생이 360도 행복해진다면 좋으련만... 막장영화를 보며 잠시 현실도피를 꿈꾼다...^^ 


개봉 : 1970년 1월 1일 국제극장

감독 : 최무룡

출연 : 문희, 김창숙, 이순재, 유미, 최지숙, 김동원, 이낙훈, 한은진, 김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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