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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감독은 <원점>을 만든 1967년에 무려 10편의 영화를 만든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kmdb 참고). 1년에 10편이면 1달에 한 편 정도 영화를 찍은 것이 된다. 그렇다고 영화들이 대충 날림으로 만들지도 않았다. 67년에 만든 영화 중에서는 <귀로>, <싸리골의 신화>등과 같은 그의 대표 걸작들이 포진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단한 집중력이다. 이건 그야말로 영화를 위해 개인의 삶을 포기했다고 봐야 할 정도다. 그야말로 예술이면 예술, 오락이면 오락. 거의 모든 작품에서 그는 점점 원숙해지는 것 같다.

 

<원점>은 예술성보다는 오락성을 위주로 만든 작품처럼 보인다. 영화의 초반에 나오는 석구(신성일)의 회사 서류탈취 시퀀스부터 시선을 붙잡는다. 신성일이 지붕위를 걸어오며 회사에 침입하고 서류를 훔치고 경비원과 격투하는 시퀀스, 수직의 미장센이 특히 멋지다. 하지만 전체적인 연출은 그의 실력으로 볼 때 약간은 밋밋한 편이라고 생각되었다. 물론 당대의 다른 영화에 비해서는 탄탄함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이전작들과 비교해 드라마를 힘있게 끌고가는 힘은 조금 약해 보였다.


조직에 쫓기는 석구와 그를 감시하기 위해 접근한 선(문희)이 동행하게 되는 여행 에피소드는 조금은 길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서스펜스를 만들 인물들이 너무 늦게 등장하고, 이미 관객은 신성일을 죽이려는 음모를 알고 있는 터라, 조금 긴박하게 스토리를 전개하면서 완급을 조절하면 좋았겠지만, 이만희 감독은 관객서비스용이었던 것이었을까? 신성일과 문희의 사랑 만들기를 조금 오래 묘사함으로써 영화 자체가 조금 늘어지는 원인을 만들고 말았다. 그 덕분에 영화 <원점>의 중심이라 할 서스펜스와 액션이 약화되어 버린 느낌이 강했다. 그들의 사랑을 후다닥 완성해버리고 조금 더 서스펜스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아서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같이 여행 온 사람들의 면면을 통해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표출하는 것은 좋았다. 마지막 시퀀스의 결투 장면 역시 실제 로케이션으로 찍은 것 같던데, 그 위험한 곳에서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았다. 그리고 1967년의 설악산의 풍광을 담은 촬영도 마음에 들었다. <원점>은 이만희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조금은 평범해 보이는 작품이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가 만든 다른 작품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느낀 것일 뿐이다


개봉 : 1967년 6월 1일 명보극장

감독 : 이만희

출연 : 신성일, 문희, 최봉. 이향, 송재호, 이해룡, 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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