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의 신상옥 감독은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최고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작품이 단순히 재미를 위한 오락에 머물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의 영화는 대부분 완성도에서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60년대 신상옥 감독은 영화 산업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감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대중과의 교감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예술로서의 영화에 대한 고민을 작품에 녹여내려는 노력이 신상옥이라는 이름과 신필름이라는 전설을 만들어낸 요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화려했던 60년대의 끝자락인 1969년에 개봉된 를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신기했던 것이 지금의 관객인 나로서는 그동안 TV의 전설의 고향이나 여타 드라마를 통해 이미 너무 많이 접해 닳고 닳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 이야기를 ..
고교 하이틴영화가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1977년. 같은 성인영화로 유명한 정인엽 감독이 이 흐름에 동참했다. 바로 라는 영화다. 당시 하이틴 영화라고 하면 이승현과 김정훈을 주인공으로 한 남고교생의 학교 교실과 집안을 중심으로 좌충우돌 활약상을 코믹스럽게 묘사하는게 주된 내용이었지만, 는 소재를 야구에서 가져온다. 이 영화는 1972년 제25회 황금사자기 대회 결승전에서 군산상고가 부산고를 상대로 9회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좀 더 현실감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서일일까? 캐스팅에서도 얄개영화의 대표 얼굴이라할 이승현과 김정훈 대신 진유영과 이동진 그리고 얄개들의 영원한 워너비 강주희를 얼굴 마담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실제 주인공은 불굴의 투수 세훈을 ..
이원세 감독의 는 한 엑스트라의 죽음을 추적하면서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을 밝혀내는 추리적 스타일의 영화다. 기대보다 영화가 아주 좋았다. 무엇보다도 사회비판적인 주제의식이 잘 드러나고 있어 만족스럽지만, 섬세한 연출의 부족은 많이 아쉬운 점이었다. 이원세 감독의 능력이라면 좀 더 세부묘사에 완성도를 기울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당시 한국영화의 한계라고 해야 할지, 제작상의 이유라고 해야 할지 어떻든 기술적 마무리의 부족이 많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해야 할 듯 하다. 시체로 발견된 강유진(신영일)의 과거를 추적하는 형사(박근형)의 회고로 시작되는 영화는 그가 왜 한국인 강유진에서 재일교포 히라오카 유지로가 되어야 했는지, 왜 영화속에서 주인공을 대신하여 죽는 엑스트라에서 사기꾼이 되어야 했는지를 역..
는 1969년에 개봉된 고영남 감독의 스릴러영화다. 고영남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만든 감독이지만, 작품의 수준이 들쑥날쑥 고르지 못한 편이다. 이 영화 역시 초반부 하나하나 서스펜스를 쌓아가는 스토리 텔링을 통해 꽤 근사한 스릴러 장르영화가 될려나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구성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그만 빛을 잃고 말아 아쉽다. 만약 초반부의 파워만 제대로 끌고 갔더라도 이 영화는 와 더불어 그의 대표작중의 한편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뭐, 결국엔 잊혀진 영화가 되고 말았지만. 과거의 악행을 발판으로 큰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용구(박노식)에게 어느날 백장미의 망령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이후 병원에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간호사인 난주(윤소라)를 사랑하는 박의..
김영효 감독의 는 그다지 빌리고 싶진 않은 사랑이더라는 것. 빌리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 흥행도 대실패...^^ 70년대 중반에는 좋은 청춘영화들이 많았다. 하길종 감독의 이나 김수용 감독의 등은 하이틴 영화의 틈바구니에서 대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또 다른 청춘영화의 전형을 만들었다. 그런데 는 이들의 장점은 하나도 흡수하지 못하고 그 동안 한국영화의 병페로 지적되어 왔을 법한 클리쉐들만 모아서 뚝딱 청춘영화 한편을 만들어 냈다. 아무튼 망작이라 하더라도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영화도 있을텐데, 이 영화는 후자의 범주에 정확하게 포섭되니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소심한 재벌집 아들 홍욱(송재호)은 돈만 보고 달려드는 여자들과 친구들에게 넌더리가 나 모든 일에 의기소침하다. 아들을 ..
춘향전은 70년대까지 한국영화의 흥행을 이끌었고, 첫 기록을 유난히 많이 가지고 있으며, - 무성영화 시대의 첫 토키영화였으며, 한국전쟁 이후 첫 흥행영화이기도 했고, 처음으로 깐느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기도 하는 등 – 이후 영화와 TV에서 다양하게 변주되었고, 2010년엔 방자전으로 또 한번 새로운 시도를 하는 등 한국관객과는 뗼레야 뗄수 없는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고전작품이다. 그러다보니 춘향하면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겨운 이야기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 TV의 춘향부터 방자전까지 볼 수 있는 건 다 본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차일피일 미루던 마지막 신상옥 감독의 그 유명한 을 보기로 한 것은 책장에 꽂혀 있는 신상옥 박스셋에 수록된 5편의 영화중 유일하게 안..
이용민 감독의 1965년 작품 는 한국공포영화사에서 걸작이라고 불릴만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말로는 잘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왠지 모던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모던하다... 굳이 이런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은데, 딱히 떠오르는 단어도 없으니 일단 모던하다를 대충 해석해봐야 하지 않겠나 싶다. 사전적으로야 현대적인, 현대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그렇다면 나는 영화 를 어쩌면 요즘 공포영화와 비교해 봐도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다고 느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영화의 스타일 자체가 세련되 보인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전형적인 전근대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는 영화다. 남편 이시목이 양복을 입고 사업을 하는 자본가이고, 서양화가가 등장해 누드모델을 고용해 그림..
데뷔작이었던 가 62년 4월에 개봉된 후 1년 4개월만에 네 번째 영화을 개봉한 임권택 감독은 데뷔작에서 보여주었던 시원한 활극의 재미를 에서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스피디한 내용 전개를 통해, 데뷔작에서 아쉬웠던 내러티브의 산만함을 보완하면서, 스스로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실력파임을 충분히 각인시킨다. 물론 영화속에 자신의 존재감을 새겨 넣는 작가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 관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재능을 가진 20대의 젊은 감독이었다는 것을 부인하진 못하겠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임권택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통틀어서도 열편안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재미있게 본 영화라고 할까... 영화는 정확하게 세부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