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춘향전은 70년대까지 한국영화의 흥행을 이끌었고, 첫 기록을 유난히 많이 가지고 있으며, - 무성영화 시대의 첫 토키영화였으며, 한국전쟁 이후 첫 흥행영화이기도 했고, 처음으로 깐느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기도 하는 등 – 이후 영화와 TV에서 다양하게 변주되었고, 2010년엔 방자전으로 또 한번 새로운 시도를 하는 등 한국관객과는 뗼레야 뗄수 없는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고전작품이다. 그러다보니 춘향하면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겨운 이야기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 TV의 춘향부터 방자전까지 볼 수 있는 건 다 본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차일피일 미루던 마지막 신상옥 감독의 그 유명한 <성춘향>을 보기로 한 것은 책장에 꽂혀 있는 신상옥 박스셋에 수록된 5편의 영화중 유일하게 안보고 있는 작품이라 그냥 봐 버리자 하고 별 기대없이 보게 되었다는 것. 하지만 역시 춘향전의 원형을 간지하고 있는 작품이라서 인가 생각외로 꽤 근사한 영화여서 조금 놀랬다.

 

스토리는 익히 알고 있는 거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그 정겨운 색채였다. 원색이 강하게 부각되어 보이는 이 색감은 마치 어린시절 사진관이나 달력에서 보던 마치 물감으로 그린 듯 보이던 바로 그 촌스러워 보이는 색감이었다. 한국 최초의 칼라 시네마스코프 영화의 위용을 자랑하듯 가로로 펼쳐진 구도의 미장센은 그야말로 한국적이라는 느낌과 함께 묘한 촌스러움이 어우러지면서 눈을 황홀하게 만들면서 시선을 확 사로잡는 느낌이었다. 그 시절 홍성기 감독과 김지미의 <춘향전>과 세기의 흥행대결의 승리자가 된 이유가 바로 이런 선명하고 시원스런 색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하면서 그 성취에 새삼 놀랐던 것이다.

 

이후 다시 만들어지게 될 춘향전의 원형을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에서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장안의 화제작이자 흥행성공작이었던 이 영화를 이후의 춘향전이 벤치마킹한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 영화가 임권택 감독의 한국최초 깐느 경쟁부문 진출작 <춘향뎐>의 직계 선배임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사실 가장 완성도 높고 독창적인 영화화라 할 만한 임권택의 작품도 판소리 부분을 제외하면 많은 부분에서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에 의지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신상옥 감독도 <성춘향>에서 대사를 사용하는 방식이 판소리의 운율을 살리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이것을 임권택 감독은 판소리로 변형하여 <춘향뎐>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한국영화계에도 선후배 사이의 이어받을 전통이 무궁무진함을 깨닫게 된다. 그만큼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은 한국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부끄럽지 않는 화제와 완성도를 가진 영화라고 생각된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춘향과 몽룡이 너무 늙어 인물에 몰입하기는 쉽지 않더라는 것. 춘향역의 최은희는 분장으로 커버한다고는 하나 연륜까지 사라지게 할 수는 없고, 몽룡역의 김진규 역시 주름살이 그대로 보여서 상투도 매지 않고 땋아 내린 머리가 민망해 보일 정도^^


개봉 : 1961년 1월 28일 명보극장

감독 : 신상옥

출연 : 최은희, 김진규, 한은진, 이예춘, 도금봉, 허장강, 박암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