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음...장 뤽 고다르의 를 보고 생각난 단 하나의 단어는 이것이다.그가 보여주는 화면은 1초에 24프레임이 지나가면서 움직이는 그림이 아니라 마치 스틸 사진이 모여 만들어내는 것 같은 분절된 움직임의 연속이었다. 첫 장면 나나의 얼굴을 클로우즈 업으로 왼쪽, 오른쪽, 정면을 찍은 쇼트는 마치 그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흐르다 끊기는 음악의 비연속성은 그녀에게 닥칠 죽음의 복선을 보는 듯 하지만 “네가 살고 있는 세상도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 마찬가지로 험한 곳이야”라고 말하는 듯 불안하기까지 하다.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그저 그녀의 불행을 바라만 볼 것 인가의 선택은 이미 내게 있지 않았다. 그걸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감독인 장 뤽 고다르이며, 난..
스콧 찰스 스튜어트 감독의 를 보다 보면 두 개의 묘한 감정이 요동친다.첫 번쨰는 이 영화의 원작이 우라나라의 만화가 형민우라는 점에서.두 번째는 이 영화의 내러티브에서 읽히는 헐리우드 고전의 그림자에서. 먼저 형민우의 원작은 읽어보지 못한 상태라 헐리우드에서 어떤 식으로 각색되었는지 모르지만 영화 초반부의 성직자들에 의해 독재에 가까운 모습으로 다스려지고 있는 도시의 모습이 흥미롭다. 물론 이런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유토피아를 갈망하지만 결국 디스토피아로 귀결되고 마는 아이러니를 주배경으로 설정하곤 하므로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다. 게다가 너무 익숙한 설정들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원작이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묘하게도 한국사회를 휩쓸었던 독재의 그림자를 느낀다. 유신과 제5공화국을 거..
왕가위감독의 타락천사는 사라짐에 대한 그리움의 토로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같은 공간에서 존재하면서도 다른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은 단 한명의 개별자로 살아갈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같은 공간에 서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율배반은 왕가위 감독의 타락천사를 휘감고 도는 주제이다. 다른 시간속이지만 같은 공간에서 사람들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아둥바둥거린다. 그것이 영화속에서는 팀이 되기 위해 혹은 연인이 되기 위해 애를 쓰는 장면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첫 장면은 우리가 아직도 팀인지 확인하는 장면으로, 마지막 장면은 팀을 이루지 못하는 인간의 비극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팀을 이룬다는 것은 서로에게 의미가 되려고 하는 것이다. 타락천사의 등장인물들은 킬러를 제외하고 모두 서로에게 의..
60년대의 왕우하면 외팔이 시리즈의 무협스타로만 기억하고 있는데, 은 1966년에 개봉된 현대물이다. 왕우의 외모가 현대물에서도 꽤 샤프하게 보이면서 무척 잘 어울린다. 전체적으로 은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영향하에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시아의 비밀경찰인 왕우가 제임스 본드와 다른점이라면 그가 범세계적인 문제보다는 가족의 문제가 주된 갈등의 요인이라는 것이다. 정의의 편이라 할만한 왕우가 아버지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출발하고 있다면, 그와 맞붙게 될 시시도 조는 불행한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악인이 되었다는 설정이다. 결국 홍콩에서 일본으로 입양된 과거를 가진 비밀경찰인 왕우는 표면적으로는 일본의 금괴밀수조직을 분쇄하는 대의를 목표로 삼지만, 내면적으로는 아버지라는 존재의 확인과 여동..
그동안 소니 치바라는 일본 배우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 몇편의 영화를 보고 꽤 멋진 액션배우구나 그러고 있다. 사실 소니 치바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빌을 보면서 인지하기 시작했다. 대단한 일본의 액션배우인가 보다 하면서도 스즈키 세이준이나 여타 고전시대의 감독들이 만든 영화들을 제외하면 일본의 B급 활극영화나 사무라이 영화에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보니 주로 소니 치바가 출연했던 영화들은 나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었던 셈이었다. 그러나 최근 소니 치바가 주연한 일본의 활극액션영화를 몇 편 보다 보니 이 장르가 단순히 B급으로 치부해 무시하기 보다는 아시아의 액션영화에 크게 영향을 미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라이 영화에서 일본색을 배제한 채 액션 시퀀스만 본다던지, 이번에 감상한 의 내러티..
를 처음 봤을때가 1985년 리바이벌 개봉 때 부산의 대한극장에서였다. 마침 그해 여름에 를 너무너무 재미있게 본 후라 그 전편이었던 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약간 실망을 하고 말았더랬다. 가 보여주던 거의 논스톱의 액션의 향연을 기대 했지만 의외로 액션장면들이 싱거웠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세월이 흘러 가 나오자마자 사다 날랐고 그동안 장에 고이 잠들어 있다 이번에 모처럼 재감상을 하게 되었다. 실로 26년 만인가? 어땠느냐고? 어릴 때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재미를 기어이 느끼고야 말았다. 사실 재감상을 통해 가 보다는 빼어난 영화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 더불어 영화광으로서의 스티븐 스필버그의 진면목을 본 듯하다는 생각도 했다. 새롭게 재미를 느낀 건 바로 이거였다. 물론 약..
은 하워드 혹스감독의 첫 서부영화다. 이미 나 등 갱스터, 로맨틱 코미디, 전쟁영화등에서 걸작을 만들었던 혹스 감독이 경력의 절정기에 왜, 하필이면, 마침내 서부영화라는 장르에 발을 들여놓기로 한 것일까? 어쩌면 단순하게 얘기해서 서부영화는 가장 미국적인 장르로 알려져 있고,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며, 나아가 미국의 역사를 끌어안고 있는 장르라고 본 다면, 결국 서부영화라는 장르를 통해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문제는 역사를 바라보는 감독의 관점으로 옮겨지게 될 것이다. 그동안 거친 서부 사나이들의 일대일 결투의 스펙터클과 인디언 학살에 대한 무비판성, 청교도적 세계관, 포장마차로 대표되는 개척정신 등이 주요한 소재였고, 아직 수정주의..
캐롤 리드 감독의 제3의 사나이를 보는 동안 이런 생각이 들었다.확실히 재미있고, 완성도가 엄청나고, 너무 너무 근사하다.그런데 이런 공인된 걸작을 두고 무슨 망발이냐고 방방 뛰어도..그 속내가 궁금하다. 그리고 나는 그 속내에 이 영화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감독은 일자리를 찾아 전후의 혼란한 오스트리아의 빈으로 찾아온 미국의 3류 소설가 홀리 마틴의 모험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아니면 전후의 혼란한 상황을 이용해 악덕하게 돈을 버는 해리 라임의 파멸을 통해 사람답게 사는게 뭔가라는 윤리적인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만약에 그것도 아니라면 안나 슈미츠의 순수한 사랑을 통해 러브스토리를 만들고 싶었던 걸까? 어쩌면 다 맞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2차 대전이 끝난 지 몇 년이 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