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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의 왕우하면 외팔이 시리즈의 무협스타로만 기억하고 있는데, <아시아 비밀경찰>은 1966년에 개봉된 현대물이다. 왕우의 외모가 현대물에서도 꽤 샤프하게 보이면서 무척 잘 어울린다.

 

전체적으로 <아시아 비밀경찰>은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영향하에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시아의 비밀경찰인 왕우가 제임스 본드와 다른점이라면 그가 범세계적인 문제보다는 가족의 문제가 주된 갈등의 요인이라는 것이다. 정의의 편이라 할만한 왕우가 아버지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출발하고 있다면, 그와 맞붙게 될 시시도 조는 불행한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악인이 되었다는 설정이다. 결국 홍콩에서 일본으로 입양된 과거를 가진 비밀경찰인 왕우는 표면적으로는 일본의 금괴밀수조직을 분쇄하는 대의를 목표로 삼지만, 내면적으로는 아버지라는 존재의 확인과 여동생을 찾으면서 뿌리로서의 가족을 복원하고, 여자친구와 사랑의 결실을 맺음으로써 새로운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007의 동양적 변형으로서 그리고 같은 유교문화권인 동북아시아의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대체적으로 산만하게 구성되어 있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가족주의의 매끄럽지 못한 부각으로 인해 액션대신 신파로 변해버리는 듯한 느낌이 강해 캐릭터에 힘이 빠져 버리면서 임팩트가 약해지면서 007의 아시아적 변형으로서도 실패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영화 자체보다는 스즈키 세이준의 <살인의 낙인>에서 밥짓는 냄새를 좋아하던 시시도 조가 출연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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