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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소니 치바라는 일본 배우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 몇편의 영화를 보고 꽤 멋진 액션배우구나 그러고 있다. 사실 소니 치바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빌을 보면서 인지하기 시작했다. 대단한 일본의 액션배우인가 보다 하면서도 스즈키 세이준이나 여타 고전시대의 감독들이 만든 영화들을 제외하면 일본의 B급 활극영화나 사무라이 영화에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보니 주로 소니 치바가 출연했던 영화들은 나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었던 셈이었다.

 

그러나 최근 소니 치바가 주연한 일본의 활극액션영화를 몇 편 보다 보니 이 장르가 단순히 B급으로 치부해 무시하기 보다는 아시아의 액션영화에 크게 영향을 미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라이 영화에서 일본색을 배제한 채 액션 시퀀스만 본다던지, 이번에 감상한 <야쿠자 형사>의 내러티브나 액션 시퀀스를 보다 보면 한국의 70년대 B급 액션활극들이 많이 연상되었다. 수입이 금지되어 있던 시절에 은근슬쩍 일본 영화를 표절하기도 했다고는 하지만 70년대 초중반의 활극영화들 역시 일본 액션영화에서 크게 영향을 받았구나 싶었다.

 

더불어 80년대 홍콩 느와르라는 이름으로 만개했던 영웅본색을 비롯한 일련의 홍콩영화들도 일본의 일련의 액션영화들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의 B급 활극이 싸움 시퀀스에 주로 영향을 받았다면 무술영화의 전통이 강한 홍콩영화는 싸움 시퀀스보다는 영화가 품고 있는 분위기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페이소스에 더 영향을 받은 것 같았다.

 

어쨌거나 소니 치바가 주연한 <야쿠자 형사>는 야쿠자 조직에 잠입한 언더커버 형사가 조직을 분쇄한다는 내용으로 하야타 형사(소니 치바)의 007적인 개인적 매력을 중심으로 어떻게 들키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것인가의 서스펜스를 통해 재미를 만들고 있다. 더군다나 하야타와 아사이가 보여주는 진한 우정은 얼핏 하위 동성애적 텍스트로까지 읽힐 정도인데, 이런 캐릭터 설정은 오우삼이 자신의 영화에 직접적으로 가져다 쓰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홍콩 느와르 영화에서 이미 익숙한 장면들이었다.

 

마지막 총격전에서 보여지는 약간은 코믹하고 황당해 보이는 액션 시퀀스와 뜬금없이 말을 타고 석양으로 사라지는 소니 치바의 익스트림 롱테이크를 보노라면 <야쿠자 형사>는 007을 흉내내는 요짐보적 인물이 마카로니 웨스턴의 영향을 거부하지 못한 일본판 무국적 액션영화일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고 그랬다... 하지만 영화는 은근히 꽤 재미있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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