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수 감독의 는 그냥 한마디로 실망스런 작품이다. 2대 트로이카로 불릴 정도로 인기 있었던 장미희 주연에 당시 활발하게 활동했던 윤일봉, 김추련이 나오고 더군다나 신인시절의 안성기까지 출연하지만 부실한 시나리오를 감추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개봉관에서 당시에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니... 관객들이 순진했던 건지, 장미희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기 때문인지 그야말로 아리송... 무엇보다 주인공의 방황에 그다지 공감이 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감독은 무엇보다 승아의 방황에 관객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했는데, 디테일이 너무 부족했다. 나이트클럽에서 친구들과 몰려 다니며 남자들 주머니를 털거나, 대입에 실패한 후 방황하다 진태에게..
버스 운수회사를 하는 아버지를 돕던 또순은 자신의 수고비 50원을 주지 않는 아버지가 야속하다. 버스 운전수가 되기 위해 소개장을 들고 찾아온 재구는 또순의 아버지에게 퇴짜를 맞고 곤란한 상황이 되자 또순이 도와주며 인연을 만든다. 또순은 아버지에게서 독립해 혼자 살며 돈을 벌어보겠다고 결심한다. 또순은 험한 세상을 한편으로는 넉살좋게 한편으로는 강단 있게 헤쳐 나간다. 결국 또순은 새나라 자동차를 사서 재구에게 운전을 시키며 새롭게 운수업에 뛰어든다. 그리고 재구와의 결혼에도 성공한다. 박상호 감독의 1963년 작품 에서 주인공인 또순은 60년대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여성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당시의 일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본인을 위해서든 혹은 가족을 위해서 일하든 ‘억척’스럽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방송작가 영호는 음주가무와 바람끼를 즐기며 원고마감 어기길 밥 먹듯이 한다. 그러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수빈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다. 딸까지 뒀지만 그의 바람기와 음주가무는 전혀 줄어들지 않는데, 어느날 영호는 심장판막증 진단을 받고 절망한다. 절필한 그를 대신해 수빈은 회사에 나가지만, 영호가 사장과의 관계를 오해하면서 자살을 기도한다. 해변가 목사에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후 하느님의 존재와 수빈의 사랑을 깨닫고 성실한 인간이 된다. 그의 심장판막증도 기적같이 치료된다. 심재석 감독의 1984년 작품 는 정윤희의 마지막 작품이다. 당시 떠들썩한 스캔들 이후 모든 연기활동을 접게 된다. 하지만 대단한 배우 정윤희의 은퇴작이라는 타이틀을 걸기에는 이 영화의 함량이 부족한 편이라 아쉽다. 반면 주..
일본에서 크게 성공한 사업가 최회장은 고국에 버려둔 딸을 찾지만 이미 죽었다는 소식에 낙담한다. 한국전쟁 이후 고생하던 시절 자신이 살던 지역을 둘러보던 최회장은 자신의 집 근처에서 혼자 엄마를 기다리는 꼬마를 발견하고 측은지심이 생긴다. 아이의 엄마 윤이는 가난 때문에 호스테스로 일하고 있지만 남자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에 익숙치 않다. 옆집에서 하숙하는 허기자는 윤이를 사랑하고 있다. 최회장의 특종을 바라는 신문사 데스크의 성화가 점점 치닫는데 최회장은 꽁꽁 숨어있다. 최회장은 윤이를 자신의 딸이라 생각하고 모자를 집으로 데려온다. 그러나 딸이 아님을 아는 윤이는 괴롭다. 결국 아이만 남겨두고 집을 나오는 윤이. 엄마를 기다리던 아들의 교통사고. 결국 윤이는 이 모든 것을 운명이라 생각하고 최회장의 양..
이만희 감독의 는 1962년에 발표했던 작품 를 본인이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후반부는 긴장감 있고 재미있었지만, 중반부가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다. 유산을 상속받은 미모의 약사 오현주. 예전에 동거했던 이상국과 그의 친구 김태일, 박춘호는 현주의 유산을 빼앗을 공모를 한다. 태일은 현주를 유혹하는데 성공하고, 과거 때문에 사랑을 놓칠까 불안했던 현주는 상국을 기차에서 죽이게 된다. 그러자 바로 태일은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유산의 일부를 가로채는 데 성공한다. 현주는 사랑의 배신으로 힘들어하고, 춘호는 자기 몫을 받아내기 위해 현주에게 접근하고, 죽은 줄 알았던 상국은 살아 돌아온다. 진정으로 현주를 사랑하게 된 태일이 그녀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춘호와 함께 죽고 만다. 살아남은 상국은 기차에서 현주를 죽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아직까지는 문숙이다. 그렇다. 바로 의 할머니이자 에서는 돈 많은 할머니로 열연했던 바로 그 문숙이다. 조금 더 보태자면 할머니 문숙도 여전히 지지하고 있지만 실은 젊은날의 문숙을 좋아한다. 그녀가 보여준 젊은 생명력을 좋아한다고 해야 할까? 땀이 흠뻑 젖은 채 온 도시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달랑 4편의 영화만 던져 놓고 홀연히 사라진 여배우 문숙에게 매력을 느낀다. 명랑소녀 우산 펼치기 신공 그러다 보니 이만희 감독과 함께 한 를 다시 보게 되었다. 역시 좋더라. 역시 문숙은 매력적이더라. 하지만 이번에는 얼마전에 작고한 신성일의 연기가 눈에 밟혔다. 피곤하고 삶에 지친 아저씨의 모습이 정말 사실적으로 보인다. 옆집 소녀를 지켜주면서 끝내주게 싸움을 잘하고, 악의 무리까지 소..
1961년에 개봉한 한형모 감독의 는 유쾌한 코미디 소품이라 할 만하다. 항상 남자를 이겨먹는 말괄량이 언니 유안순애(문정숙)의 이야기. 초반부는 말괄량이로서의 안순애의 에피소드가 꽤 설득력도 있고 재미있게 흘러간다. 로맨틱 코미디적인 재미라고 할 남녀의 기싸움 같은 것도 재미있고 말이다. 하지만 결혼한 이후 후반부는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다. 초반부 안순애는 분명 전통적인 여인상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후반부는 그녀를 전통적인 여인상에 가깝게 돌려놓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그녀는 마지막에 왜 건달과 싸우지 않았을까? 그 장면에서 만큼은 싸우고, 남편에게 잘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말이다. 한형모 감독은 힘 쓸 때 쓸 줄 모른다며 동생 선희의 대사를 통해 에둘러 타이른다. 결국 문정숙은 집에 침입한 ..
홀쭉이와 뚱뚱이는 군인이 되기 위해 신체검사를 받는다. 하지만 홀쭉이는 지나치게 저체중, 뚱뚱이는 지나치게 과체중이어서 불합격을 받아 군인이 될 수가 없다. 이에 홀쭉이 뚱뚱이는 상사를 찾아 꼭 군인이 되고 싶다고 부탁하고, 그들의 노력에 상사는 특별히 기초군사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사랑하는 애인을 두고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홀쭉이와 뚱뚱이는 다른 훈련병들과 우정을 쌓으며 무사히 훈련을 마친다. 양훈과 양석천은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관객을 웃겼던 코미디 콤비다. 58년 개봉작인 이후 두 사람만 따로 주인공으로 하여 여러편의 시리즈가 만들어진 것이 바로 시리즈다. 필름이 남아있는 건 뿐이지만, 그 외에도 로 이어졌다. 이 영화는 감독의 연출력보다는 양훈과 양석천 콤비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 영화다. ..